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노인 일자리 창출 실적'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는데, 우리 주변에서 마주치는 고령층의 노동은 왜 여전히 길거리 쓰레기 줍기나 교통정리에 머물러 있을까. 평생 쌓아온 전문 지식과 노하우는 은퇴와 동시에 정말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되는 것일까. 우리는 왜 고령층이 되면 그들의 손에 필기구 대신 빗자루를 쥐여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되물어야 할 때다.

내년이면 한국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한다. 그동안 정부의 실버 일자리 정책은 주로 취약계층의 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소득 보전용 공공 일자리에 치중해 왔다. 당장의 생계가 급한 이들에게 한 달 수십만 원의 수당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하지만 이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노동력 대책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고령층의 고급 노동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다행히 정책 당국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임을기 노인정책관이 지난 2026년 5월 18일 노인 일자리 관련 현장을 살펴보고 정책적 다변화를 시도한 맥락이나, 최근 정부가 '27년 신규 노인일자리 개발을 위한 아이템 공모전'을 개최하며 참신한 일자리 모델 발굴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신호다. 이제는 단순 노동을 넘어 고령층의 숙련된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환원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의 고령층은 과거 세대와 다르다.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추고 고도성장기를 이끌며 정보통신기술(ICT) 변화까지 몸소 겪은 이른바 '신인류 노년'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품격 있는 일자리'다. 은퇴한 대기업 엔지니어가 중소기업의 기술 고문으로 활약하고, 퇴직 교사가 지역 아동센터에서 맞춤형 멘토가 되며, 행정 전문가가 지역 사회적 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맡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고령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차원을 넘어, 고령층의 유연한 근무 형태를 보장하는 '한국형 직무 공유제'나 '전문가 매칭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노인 일자리를 복지 예산을 나눠주는 시혜성 사업으로 바라보는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령층을 우리 경제를 떠받칠 '액티브 에셋(Active Asset, 활동적 자산)'으로 재정의할 때, 초고령사회는 재앙이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