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심리다. 그러나 최근 우리 부동산 세제 정책의 행보는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불확실성이라는 기름을 붓고 있어 깊이 우려된다. 정권과 경기 흐름에 따라 규제와 완화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땜질식 처방은 시장의 내성을 키우고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자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부동산 세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가 지난 2026년 2월 12일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추진 방안'은 이러한 누더기 세제 정책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예 종료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잔금 납부와 등기 기한을 지역별로 4~6개월까지 연장해 주는 보완책이 더해졌다. 거래 당사자들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고육책이겠으나, 시장에서는 매번 바뀌는 예외 규정과 복잡한 단서 조항을 쫓아가느라 피로감만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미시적이고 잦은 제도 변경이 초래하는 첫 번째 문제는 정책 신뢰의 붕괴다. 세제는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민감한 영역이기에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규제 완화와 강화가 손바닥 뒤집듯 반복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기보다 '조금만 버티면 또 바뀔 것'이라는 학습 효과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정상적인 거래 흐름을 막고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켜 시장 왜곡을 부추길 뿐이다.

둘째, 부동산 세제가 경기 조절의 만병통치약처럼 오용되면서 조세 정의와 형평성이 훼손되고 있다. 세금은 국가 재정 확보와 소득 재분배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인 시장 과열이나 침체를 막기 위해 세율을 급격히 올리거나 내리는 임기응변식 처방은 납세자 간의 불형평성을 낳고 조세 저항만 키운다. 특정 시점에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이 천차만별로 갈라지는 구조는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

셋째, 장기적인 주거 안정 계획 수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나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업계 모두 세제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장기적인 자금 조달과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매년 세법이 바뀌고 유예와 보완책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경제 주체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결국 이러한 혼란의 비용은 고스란히 서민과 실수요자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는 눈앞의 시장 지표에 일희일비하며 누더기 대책을 덧대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여야와 정파를 초월해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세제 로드맵'을 정립하고, 이를 법제화하여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어야 한다. 일관성 없는 세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약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키우는 독이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