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서민의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매력적인 슬로건은 왜 매번 실패할까.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과세가 도입될 때마다 시장이 안정되기는커녕 임차인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현상은 이제 기이한 일이 아니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경제학의 오래된 격언은 오늘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뼈아프게 증명되고 있다.
세금은 물과 같아서 언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 정부가 고가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이들은 세금을 순순히 감내하기보다 시장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를 회피할 방법을 찾는다. 특히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인은 거래의 우위를 점하게 되며, 늘어난 세금 부담은 고스란히 전세의 월세화나 임대료 상승이라는 형태로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실제로 이러한 부작용은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관련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은 최근 68.3%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2년 47.1%, 2023년 55.2%, 2024년 57.5%, 2025년 61.4%에 이어 5년 연속 상승하며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민을 보호하겠다며 도입한 규제와 과세가 오히려 서민들의 매달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시장의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을 외면한 채 징벌적 과세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지 않으면 임차인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임대인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만 규정하고 세제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단기적인 정치적 선명성을 보여줄 순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민간 임대 공급망을 붕괴시켜 시장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뿐이다.
이제는 징벌적 과세가 만병통치약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진정한 주거 안정은 세금 폭탄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공급 대책에서 시작된다. 규제와 과세의 칼날을 거두고 시장의 공급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정부가 발행한 세금 고지서는 임대인의 손을 거쳐 임차인의 월세 영수증이라는 형태로 끊임없이 배달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