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상속세 개편 움직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속세 부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요구와 부의 대물림을 막고 사회적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는 복지적 관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상속세는 단순한 세수 확보의 수단을 넘어 한 국가의 경제 체질과 공동체의 통합 수준을 결정하는 고차방정식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개편 기조는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정교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우선 현행 상속세 제도가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사망 이후 유가족이 약 6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주회사 NXC 지분 29.29%를 정부에 물납한 사례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로 인해 기획재정부가 NXC의 2대 주주가 되는 기현상이 발생했으며, 이는 사기업의 경영권 불안정과 국가 재정의 비효율적 운용이라는 이중의 부작용을 낳았다. 과도한 상속세율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유망 기업의 해외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단순한 엄살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기업 승계 활성화라는 명분에만 매몰되어 상속세를 무조건적으로 인하하는 방향 역시 우려스럽다. 한국 사회의 소득 및 자산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으며, 노동 소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는 자칫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한다는 박탈감을 대다수 국민에게 안겨줄 수 있다. 상속세가 가진 부의 재분배 기능과 기회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세제를 개편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상속세 개편은 단순히 세율을 낮추는 1차원적 접근에서 벗어나, 세제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다각적 처방이 되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과 과표 구간을 현실화하되, 기업 상속 공제의 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해 가업 승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상속 시점이 아닌 추후 자산을 처분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공익법인을 통한 사회 환원 경로를 넓혀줌으로써 부의 재분배가 자발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상속세 개편은 진영 논리나 포퓰리즘에 휘둘려서는 안 될 국가적 대사다.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와 복지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과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활력을 살려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사회적 연대감을 해치지 않는 상생의 세제 개편안을 도출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균형 잃은 개편은 경제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만을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