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매장 가능성은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에게 분명 가슴 뛰는 소식이다. 그러나 자원 개발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프로젝트 앞에서는 뜨거운 열정보다 차가운 이성이 앞서야 한다.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심해 시추는 단 한 번의 실패로도 막대한 국민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냉철하고 객관적인 과학적·재정적 타당성 검증이다.
첫째, 정부가 제시한 20%의 성공률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는 세계 최대 심해 유전 중 하나인 가이아나 리자-1(Liza-1) 광구의 성공률 16%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역설적으로 80%의 실패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되어 약 4,500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했던 동해-1 가스전의 경험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의 성공은 값진 자산이지만, 이번 심해 개발은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 높은 실패 확률을 인지하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정밀한 탐사 데이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분석 결과에 대한 다각적인 교차 검증이 필수적이다. 이번 탐사 분석을 주도한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석학들과의 협력을 통한 투명한 검증이 요구된다. 실제로 국내 학계에는 과거 2003년 아브레우 고문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릴 만큼 해당 분야에 정통한 교수진과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정부는 이처럼 검증된 국내 학계 및 연구 기관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여 분석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제3의 전문 기관을 통한 교차 검증을 거쳐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셋째, 재정적 리스크 분산을 위한 정교한 재원 조달 및 투자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심해 시추는 공당 수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고위험 사업이다. 이를 전적으로 공기업의 부채나 국가 재정에 의존하는 것은 무리다. 과거 해외 자원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뼈아픈 실패와 그로 인한 공기업의 재무 악화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민간 자본과의 합작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철저한 손익분기점 분석을 바탕으로 한 단계별 투자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과제다. 그러나 진정한 안보는 서두름이 아니라 치밀함에서 나온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개발의 당위성만을 앞세우기보다, 제기되는 의문들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해야 한다. 철저한 과학적 검증과 건전한 재정 계획이 뒷받침될 때에만 동해 가스전은 신기루가 아닌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미래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