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관광인가. 외래 관광객 수천만 명 시대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침묵하는 주민들의 고통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관광객 유치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밀려드는 인파에 정작 대를 이어 살아온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주민들의 기본적 생존권과 정주권을 위협하는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서 시행되고 있는 특별관광관립지역 지정과 통행 제한 조치는 이러한 위기감의 방증이다. 지정된 시간 외에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고육책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더해 종로구는 교통혼잡 해소를 위해 북촌로 등 약 2.3km 구간을 전세버스 통행 제한 구역으로 지정하고, 계도 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관광 활성화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 '주민의 일상 보호'라는 빗장을 걸어 잠근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력한 규제가 관광 산업을 위축시키고 국가 이미지를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시각이다. 관광지의 매력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서 나온다. 주민들이 소음과 사생활 침해를 견디지 못해 떠나버린 거리는 결국 박제된 민속촌이나 다름없는 유령 도시로 전락할 뿐이다. 주민이 행복하지 않은 도시에 지속 가능한 관광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규제는 관광객을 배척하기 위함이 아니라, 관광지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기제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단순한 통제를 넘어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관광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관광 진흥 기금의 일부를 정주 환경 개선, 주민 편의시설 확충, 소음 저감 대책 등에 우선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아울러 관광객들에게도 '책임 있는 여행자'로서의 의무를 부여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한다.
손님을 맞이하는 집 주인의 마음이 편안해야 손님도 진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단순히 '관광객 대 주민'의 갈등 구도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이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2026년 전세버스 통행 제한 등 단계적 규제가 안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규제를 넘어선 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주민의 평온한 일상이 보장될 때, 비로소 품격 있는 관광 강국으로의 도약도 가능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