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4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13명 중 찬성 198명, 반대 1명, 기권 14명으로 정당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2004년 폐지됐던 지구당 제도가 22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정치 신인의 장벽을 낮추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제도의 부활이 과거의 고비용 정치, 이른바 '돈 선거'와 사조직화라는 망령을 다시 불러내지 않을지 깊이 우려한다. 명확한 제도적 안전장치 없는 지구당 부활은 개혁이 아닌 퇴행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정치자금의 불투명성과 '돈 선거'로의 회귀다. 과거 지구당이 폐지된 결정적 이유는 막대한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불법 정치자금이 수수되고, 이것이 정경유착의 고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외 인사들의 불이익 해소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돈이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는 구조가 재현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자금 모금과 집행 과정의 실시간 공개와 엄격한 상한선 설정 등 촘촘한 규제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지구당은 다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다.

둘째, 지구당이 지역 위원장이나 현역 의원의 사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성이다. 지구당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통로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공천권 유지와 세력 과시를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왜곡이다. 조직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신인 육성이라는 명분은 허울에 불과하며 기득권의 성벽만 더 높이 쌓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지구당 위원장 선출 과정의 투명한 경선제 등 내부 견제 장치가 필수적이다.

셋째, 여야가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에 정파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제도 부활의 당위성만 앞세웠을 뿐, 부작용을 막을 구체적인 보완 입법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회계 감사의 독립성 확보와 불법 자금 유입 시 강력한 처벌 기준 등 세부 안전장치 마련이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뼈대를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을 채울 규범의 정교함이다.

지구당 부활이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가 아닌 진정한 정치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국회와 정부는 법안 통과에 안주하지 말고, 자금 투명성 확보와 사조직화 방지를 위한 후속 입법 조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엄격한 감시와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구당은 민의를 수렴하는 건강한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정치권의 책임 있는 결단과 행동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