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 우리는 정말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을까.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규제의 의도는 선량했으나 결과는 빗나갔다. 소비자는 전통시장 대신 스마트폰을 켜고 새벽배송 앱을 눌렀을 뿐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평일 전환은 이러한 해묵은 규제의 관성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대담한 변화의 신호탄이다.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은 이미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오늘날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진짜 경쟁 상대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다. 주말에 대형마트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유통산업발전법의 낡은 프레임은 오프라인 생태계 전체의 침체를 가져왔을 뿐이다. 주말 영업 허용은 단순히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주말에 장을 보고자 하는 소비자 선택권을 복원하고, 침체된 오프라인 상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들의 사례를 보면, 우려했던 전통시장의 타격보다는 상권 활성화라는 긍정적 낙수효과가 관찰된다. 주말에 마트를 찾는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근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매출도 동반 상승하는 시너지가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를 억지로 가두려 하기보다,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상생의 첫걸음임을 증명한 셈이다.
이제 논의는 '규제 완화'를 넘어 '디지털 상생 협력'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으로 확보된 여력을 전통시장과의 실질적인 디지털 협업으로 연결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형마트의 고도화된 물류 네트워크와 콜드체인 시스템을 지역 전통시장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와 연계하거나, 마트 모바일 앱을 통해 인근 전통시장의 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상호보완적 플랫폼 구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생은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경쟁력을 살려 유통 영토를 지켜내고, 그 온기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전통시장으로 흘려보내는 포지티브섬의 유통 생태계를 짜야 할 때다. 주말 마트의 문을 여는 것은 규제의 퇴행이 아니라, 소비자 편익과 지역 경제가 함께 사는 미래형 유통 상생의 시작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