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독자적인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메가시티 행정 통합'이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본격화된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의 통합이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야기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리적 결합이라는 선언적 합의 뒤에 숨겨진 행정 갈등과 재정 배분의 불균형 문제는 메가시티의 미래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한계, 분산형 청사와 명칭 갈등
행정 통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청사 위치와 행정구역 명칭 지정 과정에서부터 지역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관련 논의에 따르면, 통합특별시의 주청사는 단일 건물로 신축하지 않고 기존 광주시청과 전남 무안의 전남도청을 그대로 활용하는 이원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청사 유치를 둘러싼 극단적 대립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행정의 효율성 저하와 공무원들의 업무 피로도 증가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두 청사 간 물리적 거리가 자아낼 행정 공백은 고스란히 시·도민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행정구역 명칭의 서열화 역시 지역 이기주의와 타협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 지자체의 하부 행정구역 명칭 지정에서 여수, 순천, 광양, 나주 등 전남의 주요 시(市) 지역을 우선 배치하고, 광주의 5개 자치구를 그 뒤로 두는 '시·구·군' 순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는 기초지자체 간의 위상 정립 과정에서 발생할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호칭 순서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 정서는 향후 본격적인 행정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주도권 싸움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재정 배분의 불균형과 자치권 축소 우려
더 큰 걸림돌은 재정 배분과 자치권의 재설계 문제다. 광역 지자체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기존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받던 정부의 교부세와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행정안전부 등 정부 차원의 재정적 인센티브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통합은 오히려 총 재정 규모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도시 지역인 광주와 농어촌 지역이 혼재된 전남의 세원 구조 차이는 통합 이후 재정 집행의 우선순위를 두고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
또한, 통합특별시라는 거대 지자체의 탄생은 역설적으로 기초지자체의 자치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광역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개별 시·군·구가 보유했던 인허가권이나 도시계획 수립 권한이 상급 기관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 밀착형 행정을 저해하고, 변두리로 밀려난 소외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실제로 과거 창원·마산·진해 통합 사례에서도 지역 간 재정 투자 불균형과 자치권 갈등이 수년간 지속된 바 있다.
단순 합병 넘어 '화학적 결합'으로 가는 길
전문가들은 현재의 행정 통합 논의가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제도적 결합에만 치우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메가시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합병'을 넘어 주민들이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통합 지자체 내의 재정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상생협력기금' 조성과 같은 구체적인 재정 조정 제도가 명문화되어야 한다. 세수 증가분을 낙후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제도적 장치 없이는 동상이몽식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나아가 청사 분산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행정 플랫폼의 전면적 도입이 요구된다. 대면 보고와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두 청사 체제는 예산 낭비의 온상이 될 뿐이다. 결국 메가시티 통합의 성패는 갈등을 봉합하는 타협안의 나열이 아니라, 통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지역 사회 전체가 어떻게 골고루 나누어 가질 것인가에 대한 정교한 설계에 달려 있다. 단순한 규모의 경제를 넘어선 질적 통합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