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두꺼운 암막 커튼이 쳐진 서울의 한 원룸. 20대 청년 A씨의 하루는 스마트폰 화면 속 가상 세계에서 시작해 그곳에서 끝난다. 대학 졸업 후 계속된 취업 실패는 그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고, 이젠 집 앞 편의점에 가는 것조차 거대한 장벽이 됐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스스로 세상과의 연결을 끊은 이른바 '고립·은둔 청년'의 자화상이다. 이들의 단절은 개인의 좌절을 넘어 사회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는 조용한 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 수당 등 다양한 재정적 지원책을 내놓았으나, 방 문을 굳게 닫아걸은 이들에게 단순한 현금 지급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심리적 지지대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정교한 일자리 사다리다. 이제는 시혜적 복지를 넘어 '사회적 복귀'를 돕는 입체적인 안전망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 안의 고립, 개인의 방황 아닌 사회적 손실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청년의 규모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기의 고립은 단순히 개인의 생애 주기가 정체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상실에 따른 경제적 손실, 사회적 비용 증가, 나아가 인구 절벽 시대의 국가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고립되는 원인을 단순한 개인적 나태함이 아닌, 심화된 경쟁 사회와 고용 불안정 등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따라서 이들을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일은 단순한 시혜성 복지가 아닌,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다. 현금 지원이 일시적인 숨통은 틔워줄 수 있지만, 관계의 단절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지 못하면 결국 다시 방 안으로 회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실질적인 자립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溫(온·ON) 프로젝트', 맞춤형 치유와 일자리의 유기적 결합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정부는 최근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 누적 91만 3,000명의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고립은둔 청년 溫(온·ON)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생계비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고립 청년의 발굴부터 심리 상담, 관계 형성, 그리고 최종적인 일자리 연계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핵심은 '개인 맞춤형' 설계에 있다. 은둔의 깊이와 원인이 저마다 다른 만큼, 초기 단계에서는 전문 상담사를 통한 밀착 심리 치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후 공동생활이나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단계적으로 익히고, 마지막 단계에서 직무 훈련과 인턴십 등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 주도의 일방적 지원을 넘어 민관 협력 체계가 공고해져야 한다. 특히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고립 청년들이 처음부터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일반 일자리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업무 강도가 조절된 '완충형 일자리'나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밀착형 모니터링 시스템도 보완되어야 한다. 고립 청년들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이웃 주민이나 지역 복지관 등이 참여하는 촘촘한 발굴 네트워크가 작동해야 한다. 방 문 뒤에 숨은 청년들이 사회적 온기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따뜻하고도 정교한 안전망을 촘촘히 짜 나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