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에서 플라스틱 봉투, 트레이, 식품 취급용 장갑 등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Naphtha)의 수급이 불안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중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식품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부 소매점에서는 고객들에게 개인 용기 사용을 권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석유화학공업협회(JPCA)에 따르면, 쇼핑백 및 쓰레기봉투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생산량은 지난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다. 다른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량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주로 수입하는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잉크, 접착제, 의료용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이번 사태로 일본 정부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이를 공급 병목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 근교 가와사키시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이미 일부 농산물용 플라스틱 트레이를 구하지 못해 진열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빵집에서는 바게트 보관용 비닐봉투가 동나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나아가 위생 문제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은 식품에 직접 닿는 재사용 봉투 사용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식품 취급용 장갑의 부족 현상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플라스틱 봉투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대만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유사한 공급난이 감지되고 있다. 대만은 연간 약 90억 장의 플라스틱 봉투를 소비하며, 한국에서도 지난 3월 쓰레기봉투 판매량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각국 정부는 사재기 방지 및 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플라스틱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