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3년, 대한민국 직장인은 월급의 13%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게 된다. 현행 9%에서 출발해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이 계획은, 수십 년간 손대지 못했던 연금 구조의 핵심 변수를 처음으로 조정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큰 그림'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대별 차등 인상과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을 둘러싼 논쟁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 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둘러싼 세대 간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의 속도보다 날카로운 '누가 더 내나'의 문제

모수개혁의 핵심 골격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이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법정 기준 40%, 2025년 실질 기준으로는 41.5% 수준이다. 보험료를 더 내면서 받는 연금액의 비율도 일부 조정한다는 방향이지만, 문제는 그 부담이 세대별로 다르게 체감된다는 점이다. 40~50대는 인상된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이 짧은 반면, 지금 막 사회에 진입한 20~30대는 수십 년에 걸쳐 높은 요율을 납부해야 한다. 같은 인상률이라도 청년 세대가 짊어지는 총 부담액은 기성 세대에 비해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세대별 차등 인상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령층에 가까울수록 인상 속도를 더 빠르게 적용해 부담을 분산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이 방안은 행정적 복잡성과 형평성 시비를 동시에 불러온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나이에 따라 다른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면, 사회적 수용성이 뒷받침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며, 합의된 결론은 아직 없다.

자동안정화장치, '지속가능성'인가 '급여 삭감 장치'인가

또 다른 뇌관은 자동안정화장치(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다. 이 제도는 인구구조 변화나 재정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스웨덴·독일·일본 등 다수의 복지선진국이 이미 채택하고 있다. 연금 재정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완충 장치'라는 지지론과, 사실상 미래 수급자의 연금액을 자동 삭감하는 장치라는 비판론이 맞서고 있다.

특히 자동안정화장치가 도입되면, 현재의 소득대체율 수준조차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자동 하향 조정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40%의 소득대체율도 선진국 평균(OECD 평균 약 50% 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자동조정이 이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는 노인 빈곤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으로, 연금 급여의 실질적 충분성은 단순한 재정 지속성 논의와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합리적 합의점은 존재하는가

이번 모수개혁이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외형적 성과를 넘어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첫째,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단순 비례 인상이 아닌 차등 적용이 가능하다면, 청년 세대의 연금 불신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다. 둘째,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최저 급여 수준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하한선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수급자의 생활 보장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셋째, 연금 개혁은 모수 조정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퇴직연금·개인연금을 포함한 다층 노후 소득 보장 체계로의 전환이 중장기 과제로 병행되어야 한다는 시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된 인식이다.

보험료율 13%가 현실이 되는 2033년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그러나 숫자에 합의했다고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논쟁의 진짜 무게는,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수십 년간 수천만 명의 노후를 결정짓는다는 데 있다. 세대 갈등을 자극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대 간 신뢰를 쌓는 방향으로 논의가 수렴될 수 있을지—그것이 이번 개혁의 진짜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