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1만 637명. 여성가족부 산하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2025년 한 해에 지원한 피해자 숫자다. 하루 평균 29명꼴이다. 그리고 이 피해자의 상당수는 10대와 20대다. 학교 교실과 대학 캠퍼스가 디지털 성범죄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은 죄가 없다. 그러나 기술을 무기로 삼는 자는 다르다. 딥페이크 기술은 이미 특정인의 얼굴을 불법 성적 영상물에 합성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피해자는 자신의 얼굴이 어디에, 얼마나 퍼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삭제를 요청해도 이미 복제된 파일은 국경을 넘어 돌아다닌다. 피해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이 범죄의 본질적 잔혹함이다.
본지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사법 처벌은 지금보다 훨씬 엄중해야 하며, 플랫폼 기업의 법적 책임 역시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세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처벌 수위가 범죄 억제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 촬영과 유포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이 강화됐음에도,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사례가 반복된다. 범죄자 입장에서 리스크보다 얻는 것이 크다고 느낀다면, 법은 억지력을 잃는다.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유포에 대해 실형 선고를 원칙으로 삼는 양형 기준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플랫폼은 더 이상 '중립적 통로'가 아니다. 불법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채널은 국내외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플랫폼이다.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해도 기업들은 느리게 반응하거나, 해외 서버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 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국은 이미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신속 삭제 의무와 위반 시 고액 과징금을 법제화했다. 한국도 플랫폼 사업자가 불법 성착취물 유통에 공동 책임을 지는 구조를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
셋째, 피해자 보호 체계가 범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원 인력과 예산은 피해 건수 증가 속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자는 증거를 수집하고, 삭제를 요청하고, 수사 기관과 소통하는 모든 과정을 사실상 혼자 감당한다. 신고 즉시 작동하는 원스톱 법률·심리·기술 지원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1만 명이라는 숫자는 내년에도 줄지 않을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피해자의 얼굴을 훔쳐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다.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고 해서 현실의 폭력보다 가볍지 않다. 입법부는 처벌 공백을 메우고, 사법부는 선고로 경고를 보내야 하며, 플랫폼은 수익의 이면에 있는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술이 범죄의 방패가 되지 못하도록, 지금 당장 법과 제도가 움직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