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박영숙과 화가 이우환의 40년에 걸친 예술적 협업이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박영숙 개인전 「형태가 행위를 만날 때」(When Form Meets Gesture)는 박영숙의 단독 작업과 이우환과의 협업 작품을 함께 선보이며, 두 거장의 미학적 교감을 조명한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계속된다.
1980년대 초 인사동의 도자기 매장에서 시작된 두 작가의 만남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당시 화가 이우환은 취미로 도자 작업을 하던 주부 박영숙의 재능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도예 활동을 권유했다. 이 권유가 박영숙을 도자 예술의 길로 이끌었고, 두 예술가 사이의 창작적 협력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박영숙의 달항아리는 조선시대 원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성을 담아낸다. 전통 달항아리는 높이가 45㎝ 내외이지만, 박영숙의 작품은 70㎝를 넘는 대형 규모다. 접합부 자국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말려있던 주둥이를 펼쳐내는 등 재료의 특성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다. 이렇게 완성된 박영숙의 백자 위에 이우환의 절제된 붓질이 더해지면서 조형적 긴장과 깊이가 한층 강조된다.
두 작가의 협업은 이우환 미학의 핵심인 「만남」의 개념을 도자라는 매체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박영숙에게 도자는 흙과 불, 시간의 축적이 빚어낸 물질적 결과물이지만, 이우환에게는 최소한의 행위를 통해 공간과 관계를 드러내는 장이 된다. 페이스갤러리는 「두 거장의 미학은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비추며, 완결과 개입, 도자와 회화, 전통과 현대가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영숙의 작품은 영국박물관, 리움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