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짜리 닭꼬치 한 줄. 줄 서서 기다린 끝에 받아든 컵 어묵은 500원짜리 편의점 제품과 판박이다. 무대 위 공연은 어느 지역 축제에서도 봤을 법한 트로트 가수. 포토존 배경만 바꾸면 전국 어디 붙여놔도 어울릴 현수막. 이게 지자체 예산 수억 원이 만들어낸 '지역 대표 축제'의 민낯이다.
전국에서 매년 열리는 지역 축제는 수천 건에 달한다. 봄이면 벚꽃, 여름이면 물 축제, 가을이면 단풍과 특산물. 계절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이 행사들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정작 지역 주민들은 외면하고, 외지 방문객들은 한 번 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라살림연구소 송진호 객원연구원은 올해 초 이 구조의 핵심을 짚었다. 「외부 방문객 유치에는 일정 효과가 있지만 소비와 주민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는 약하다」며 「공공 재정의 기회비용을 고려해 축제를 통폐합하거나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은 왔다 가는데, 돈은 지역에 안 떨어진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이 실제로는 행사 대행업체 배만 불리는 구조로 굳어져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콘텐츠만이 아니다. 바가지 요금은 이제 지역 축제의 '브랜드'가 됐다. SNS에는 해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또 바가지」. 관광객이 불쾌한 경험을 공유하면, 다음 해 방문객은 줄어든다. 단발성 유입이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지역 이미지는 오히려 깎인다. 지자체는 이를 알면서도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행사를 기획한다. 왜냐하면 축제 예산은 '집행'이 목표지, '효과'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돌파구는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파는 것이다. 특정 마을의 300년 된 장인 기술, 지역 어민들이 직접 여는 새벽 수산시장 체험, 사라져가는 방언으로 진행하는 구술 공연. 이런 것들은 돈을 들여 외부에서 수입할 수 없다. 복붙이 불가능하다. 그 희소성이 곧 경쟁력이다. 일본 유후인이나 대만 지우펀이 수십 년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화려한 예산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로컬 감각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축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미 있는 것들을 솎아내는 일이다. 효과 없는 행사에 관성처럼 예산을 배정하는 대신, 지역 문화 자산을 발굴하고 주민이 직접 운영 주체가 되는 소규모 자생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외부 기획사에 통째로 넘기는 '아웃소싱 축제'로는 지역 정체성도, 경제 효과도 남지 않는다.
세금으로 차린 밥상이 비싸고 맛없으면, 손님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결국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