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투표용지 부족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3일 첫 본격 회의를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미흡한 보고 체계와 대응 능력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 체계가 사상 초유의 참정권 침해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투표 당일 상황일지조차 중앙선관위 선거 상황실에 보고되지 않았다며 기본적인 정보 전달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잠실4동 투표소의 투표 중단은 오후 2시40분에 발생했으나 중앙선관위가 인지한 것은 오후 4시25분으로 약 2시간의 시간 차가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유일한 상임위원인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의 책임을 집중 질적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서범수 의원은 「선관위법상 상임위원은 위원장을 보좌하고 사무처를 감독해야 한다」며 위 직무대행의 총체적 책임을 언급했다.

회의 과정에서 선관위의 방만한 경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선관위 출장 예산이 107차례 24억원에 달했고 노태악 전 위원장의 배우자 동행 출장 비행기표만 1천200만원이었다」며 예산 낭비를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2개월도 안 돼 호주로 부부 동반 출장을 갔다」며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이날 43명의 증인 가운데 16명이 오전에 무더기로 불출석하자 「집단 항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도 개선 방향을 두고는 여야 간 이견이 드러났다. 선관위가 제시한 감사기구 법률화, 위원장 상근제 도입, 국회의 선거관리평가위 설치 등에 대해 대부분 공감했으나 개헌 필요성을 놓고 입장이 갈렸다. 민주당은 「헌법에 선관위의 독립성 유지와 책임성을 동시에 담을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며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폐지 여부 등 투표제도 전반적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내달 추가 업무보고, 현장조사, 청문회 등을 통해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