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순간이다. 숫자만 보면 통계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면은 냉혹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 명의 숙련 노동자가 60세 정년이라는 선에서 일터를 떠나고,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받는다. 소득 공백 5년. 이 간격을 메울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개인의 고통은 곧 사회의 비용이 된다.
본지는 정년 연장 및 계속고용 제도의 도입을 지지한다.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없지 않다. 청년 일자리가 잠식된다는 우려, 기업 인건비 부담, 직무 성과와 무관한 연공서열식 고용 연장에 대한 경계심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 그 반론들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유보하기엔, 인구 구조가 너무 빠르게 기울어졌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노동시장의 수급 구조가 이미 달라졌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수년째 감소세다. 제조업 현장부터 의료·돌봄 서비스까지,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업종이 늘고 있다. 반면 60세 정년을 맞은 숙련 인력은 여전히 건강하고 일할 의지가 있다. 이들을 비자발적으로 퇴장시키는 것은 자원 낭비다. 정년 연장은 복지 문제가 아니라 노동력 확보 전략이다.
둘째, 국민연금 수령 연령과 정년 사이의 소득 공백 문제는 개인 차원의 해법이 없다. 퇴직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대부분 임금이 대폭 낮아진다. 비정규직·일용직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계속고용 의무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 공백을 제도가 메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연금 개혁과 정년 연장을 동시에 설계하지 않으면, 어느 쪽도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셋째,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이 경로를 걷고 있다. 일본은 70세까지 취업 기회 확보 노력을 기업에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독일은 67세 정년을 법제화했다. 한국만 60세에 묶여 있다. 기업 여건과 노동 구조가 다르다는 반론은 맞다. 그러나 방향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핵심은 방식이다. 단순히 법정 정년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무급제 전환, 임금피크제의 합리적 설계, 업종별 유연성 부여가 함께 가야 한다. 청년 채용 위축을 막을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 이것이 노사정 협의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질 설계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경사노위 테이블이 다시 살아나야 하고, 국회는 그 논의를 제도로 받아낼 준비를 해야 한다.
초고령사회는 예고 없이 오지 않았다. 수십 년간 예측된 변화였다. 그런데도 정년 제도는 사실상 1980년대 틀에 멈춰 있다. 합의가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미뤄온 시간이 이미 너무 길었다. 지금 설계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감당할 청구서는 훨씬 무거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