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멀티플렉스 앞 골목. 상영이 끝난 관객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각이면 인근 식당 앞에 대기 줄이 생긴다. 극장표 한 장이 만들어내는 소비의 연쇄 반응이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집으로 직행하는 관객은 드물다. 한 끼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혹은 술 한 잔을 곁들인다. 극장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할퀴고 간 자리는 극장가만의 상처가 아니었다. 영화관 주변 상권은 한꺼번에 무너졌다. 관객이 사라지자 식당도, 카페도, 옷 가게도 줄줄이 셔터를 내렸다. 극장은 상권 생태계의 심장이었다. 그 심장이 멈추자 혈류가 끊겼다.

관객이 돌아오면 돈도 돌아온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극장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 연간 2억 명을 웃돌았다가 2021년에는 6천만 명 선으로 급감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최근 들어 1억 명대를 회복하는 추세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관객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다.

상권 분석 업계에서는 극장 반경 500미터 이내 요식업 매출이 관객 수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영화 관람 전후 식사·음료 지출이 관람료의 1.5배에서 2배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극장 한 곳이 품는 소비력은 단순히 티켓 매출로 환산되지 않는다. 골목 전체가 그 자장 안에서 돌아간다.

식당이 극장이 되는 역발상, 속초 '마실씨네'

이 흐름을 역으로 읽은 시도가 있다. 속초문화관광재단은 2025년 10월 23일부터 12월 12일까지 약 두 달간 속초 지역 식당 열 곳을 임시 상영관으로 변신시킨 프로그램 '마실씨네'를 운영했다. 밥을 먹으러 간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러 간 공간에서 밥을 먹는 체험형 구조다. 극장이 상권을 살린다는 공식을 뒤집어, 식당이 문화 거점이 되면 골목이 살아난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이 실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 모두를 골목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설계됐다. 극장 접근성이 낮은 중소 도시에서 문화와 소비를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의 새 모델로 평가받는다. 영화관이 없어도 영화가 만드는 낙수효과를 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문화 소비의 낙수효과, 구조적으로 읽어야 한다

극장가 회복이 곧 상권 회복이라는 등식은 그러나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면서, 관객의 소비 동선이 복합몰 안에서 완결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외부 골목으로 나갈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낙수효과가 누구에게 흘러가느냐는 입지와 동선 설계에 달려 있다.

그래서 속초의 시도는 더 날카롭게 읽힌다. 문화를 골목 안으로 직접 심은 것이다. 관객을 기다리는 대신, 문화를 먼저 보내 사람을 불렀다. 상권이 살아나려면 유동인구가 필요하고, 유동인구를 만들려면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영화라는 콘텐츠는 그 목적지를 만드는 데 여전히 강력한 도구다.

극장이 돌아온 골목은 다시 활기를 찾는다. 하지만 그 활기가 어디까지 흘러가는지는 설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문화 소비의 낙수효과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골목 끝까지 물길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