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직 청렴도 평균 점수는 81점이었다. 전년보다 0.7점 올랐다. 수치만 보면 완만한 개선이다. 그러나 100점 만점에 81점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되물어야 한다.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청렴하지 않다는 신호를 사회가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수치가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연루된 선물 수수 사건의 1심 선고 이후다. 법원의 판단은 하나의 결론일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장면들은 공직 주변부에서 선물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오갔는지를 보여줬다. 이른바 '성의 표시'라는 언어로 포장된 것들이 사실상 관계와 이익을 매개하는 수단이었음을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본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 사회 전반의 선물 수수 관행을 뿌리째 끊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관행은 면죄부가 아니다. '원래 다 이렇게 한다'는 논리가 부패를 정상화한다. 공직 청렴도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꼽는 부패 경험의 상당 부분은 금품·향응·편의 제공이다. 고가의 선물, 경조사 봉투, 술자리 접대가 '관계 유지'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때, 법과 제도는 형식이 된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접대 문화가 일정 부분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식 채널 밖에서 우회하는 방식은 더 정교해졌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꾸준히 나온다.

둘째, 공직자의 배우자·가족이 사각지대가 되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공직자 본인이 아닌 가족 구성원이 사실상 이익 수수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제도가 공직자 본인의 행위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만큼, 가족 범위까지 실질적으로 포괄하는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사각지대는 반드시 누군가가 파고든다.

셋째, 청렴은 처벌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0.7점 상승이라는 개선 추세를 지속시키려면 적발과 처벌 외에 조직 문화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내부 신고자를 보호하고, 청렴 실적을 기관 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며, 공직 입문 단계부터 윤리 교육을 의무화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공직자가 선물을 거절하는 것이 어색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문화 말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시점을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사건 하나가 사회적 기억에서 사라지면, 제도도 함께 잊힌다. 청렴도 81점을 90점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숫자 싸움이 아니다. 공직이 신뢰를 되찾는 싸움이다. 그 싸움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번 선고를 기다리며 같은 논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