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청문회가 시작도 전부터 파열음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의 사퇴와 함께 수사 착수를 촉구했고, 여당은 이를 '청문회 무력화 시도'로 맞받았다. 검증의 장(場)이 되어야 할 청문회가 개회 전부터 여야의 극한 대립 구도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청문회 전쟁: 사퇴 요구 vs. 절차 강행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은 한성숙 후보자와 현 중기부 장관직의 동시 사퇴 및 수사 착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야당이 후보자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청문회 자체의 정당성을 흔드는 선제적 압박으로 작동한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청문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사 검증 절차이며, 청문회 개시 전 사퇴 압박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의 상임위 임의배정 문제를 「독재」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야 모두 '절차'를 무기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형국이다.

구조적 문제: 청문회는 왜 반복적으로 파행하는가

한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도입 이후 줄곧 '검증' 보다 '공격'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거 수십 차례의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정책 비전이나 직무 역량보다 도덕성 논란이 전면에 부각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번 한성숙 청문회 역시 그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부권 없는 청문회'라는 제도적 한계다. 국회가 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에서, 야당에게 남은 실질적 수단은 여론전과 수사 촉구뿐이다. 반대로 여당은 청문회를 '요식 행위'로 마무리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양측 모두 제도 안에서 움직이지만,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국정 공백: 중기부가 멈추면 누가 피해를 입는가

청문회 공방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행정 현장으로 내려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지원, 벤처 투자 정책, 스타트업 규제 혁신 등 경기 민감도가 높은 정책을 총괄한다. 장관 공백이 장기화되면 주요 정책 결정이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이 경우 대형 예산 집행이나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한 사안에서 실질적 지연이 발생한다.

중소기업계는 이미 고금리와 내수 침체, 수출 불확실성이 겹친 복합 위기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주무 장관이 부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공백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정책 신뢰도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문회 대립은 결국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 어느 쪽이 청문회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행정 공백이 누적되는 동안 그 비용은 정치권이 아닌 현장이 치른다. 제도가 정쟁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 다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