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여섯 건. 누군가의 발이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는다. 그 순간은 대개 0.3초 안에 끝나고, 그 이후는 길게 이어진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페달 오조작 사고는 1만 1,042건에 달하며, 그 중 10건 가운데 4건을 60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것으로 집계됐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뒤에는 뜨거운 삶의 문제가 있다.

2025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563만 명이다. 전체 고령 인구 1,051만 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핸들을 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운전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경북 산간의 어르신에게 자동차는 병원이고 장터이며, 마지막 남은 사회적 연결선이다. 면허를 박탈한다는 것은 그 선을 끊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해법을 내놨는가. 면허 자진 반납 제도가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누적 반납 건수는 50만 273건, 반납률로 따지면 약 8.8%다. 당근을 쥐여줬지만 열에 아홉은 핸들을 놓지 않았다. 이 숫자는 제도의 실패를 말하기 이전에,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운전을 붙들고 있는지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일률적 면허 취소를 주장한다. 일정 나이를 넘으면 운전대를 내려놓으라는 논리다. 논리의 외형은 단순하고, 그래서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노화는 달력 순서로 오지 않는다. 75세에도 반사 신경이 40대 못지않은 사람이 있고, 60대 초반에도 심각한 인지 저하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그은 선은 공정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거친 칼이다.

여기서 '조건부 면허' 개념이 설득력을 갖는다. 일정 주기마다 인지 기능과 신체 반응 속도를 정밀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야간 운전 제한, 고속도로 진입 금지, 반경 제한 등 맞춤형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가 이미 이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왔다. 나이가 아니라 능력을 본다. 차별이 아니라 배려로 포장할 수 있고, 실제로 배려가 맞다.

물론 이 제도가 만능은 아니다. 검사 비용과 인프라 문제, 농어촌 지역 검사 접근성,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풀어야 할 실무적 매듭이 적지 않다. 검사 항목의 표준화도 아직 미완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조건부 면허 제도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완성된 제도를 기다리다 보면, 그사이 또 하루 여섯 건의 사고가 쌓인다.

이동권은 복지이며, 안전은 권리다. 이 두 가치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교한 제도 앞에서는 함께 설 수 있다. 조건부 면허는 노인을 도로에서 몰아내는 장치가 아니라, 가능한 한 오래 도로 위에 머물게 하는 설계여야 한다. 국가가 할 일은 핸들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더 안전하게 쥘 수 있도록 옆에 서는 것이다.

사람은 결국 스스로 멈출 때 가장 존엄하다. 제도는 그 선택을 강요가 아닌 동의로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