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는 1,779명, 합격률은 93.5%였다. 전년도 합격률이 97~98%대를 유지해 온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하락이다. 더 주목해야 할 숫자는 응시자 수 자체다. 의대 졸업 예정자 수와 비교할 때 상당수가 시험장 앞에 서지조차 않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촉발한 갈등이 강의실을 넘어 국가 면허 시스템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왜 의대생들은 학교를 떠났나
2024년 2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했고, 의과대학 재학생들은 집단 휴학으로 맞섰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의대생 현역 입영자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학 후 군 입대를 선택한 학생들이 늘어난 결과다. 수업 거부와 군 입대 선택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부 의대에서는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학교를 비운 상태가 됐다.
갈등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정부는 필수의료 붕괴와 지방 의사 부족을 증원의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의료계는 교육 인프라 부재, 즉 지도 교수 수, 실습 병상, 기자재가 갑자기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학생 수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 차는 숫자보다 구조 문제에 있었고, 그 간극은 1년이 넘도록 좁혀지지 않았다.
교육 공백이 남기는 것들
의학 교육의 특수성은 공백의 대가를 키운다. 법학전문대학원이나 공학 계열과 달리, 의학 교육은 임상 실습이 핵심이다. 3~4학년 임상 실습 기간에 쌓아야 할 환자 경험과 술기 교육은 온라인 강의나 이듬해 보충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한 해 실습을 건너뛴 의사가 5년 뒤 수술실에 서는 상황, 그 위험은 개인이 아니라 미래 환자들이 감수하게 된다.
국제 비교도 시사적이다. 일본은 의대 정원을 증원할 때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영국 역시 의과대학 신설과 정원 확대에 수년간의 교육부 심사와 인프라 구축을 선행 조건으로 달았다. 한국에서 진행된 방식은 속도 면에서 이례적이었고, 그 속도가 현장의 저항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온다.
합격률 93.5%가 의미하는 또 다른 면이 있다. 탈락자 약 115명은 단순 시험 실패가 아니라, 학업 중단과 심리적 소진이 복합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이후 재응시 과정에서 겪을 시간적·경제적 손실은 집계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조용히 쌓이고 있다.
타협의 조건, 그리고 남은 질문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을 예정대로 시행했다. 5,058명의 신입생이 의대에 입학했거나 입학할 예정이다.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정책 당국의 논리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증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거나, 적어도 교육 여건 충족을 조건으로 향후 정원을 탄력 운용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교육의 질을 담보할 물리적 조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둘째, 증원으로 확보하려 한 지방·필수의료 인력이 실제로 해당 자리를 채울 유인이 설계되어 있는가. 정원을 늘렸다고 의사가 농촌 응급실에 가지는 않는다. 의대 증원과 의료 수급 문제는 연결되어 있지만 자동으로 풀리지 않는다.
1,779명이 시험을 치른 해, 그 뒤에 수천 명의 학생이 학교 밖에 있었다. 이 공백이 어떤 의사를 만들어낼지, 그 답은 지금 의대 강의실이 아닌 10년 뒤 병원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