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 기준, 전국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가운데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한 비율은 2.2%다. 정부가 반납 우대 제도를 본격 시행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100명 중 98명은 끝까지 면허를 쥐고 있다. 이 숫자 하나가 현행 고령 운전자 정책의 한계를 압축한다.

반납 유도의 이면 — 이동할 곳이 없다

면허 반납 우대 제도의 골자는 간단하다. 면허를 내놓으면 교통카드 충전금, 지역 상품권, 안경 구입비 등 소액의 혜택을 지급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편차는 있지만 10만 원 안팎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그 10만 원짜리 카드를 받아 든 뒤 탈 버스가 없다는 데 있다.

충남 천안시의 경우, 실제로 자가용을 운전하는 65세 이상 비율이 16.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농 복합 지역이라는 특성상 대중교통 공백이 넓다. 읍·면 지역에서 버스는 하루 두세 편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병원·마트까지의 거리는 수 킬로미터를 넘기 일쑤다. 이런 환경에서 면허 반납은 이동권 포기와 동의어다. 2.2%라는 반납률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생존 판단의 결과다.

사고 통계와 정책 논리의 간극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논의가 불거진 직접적 계기는 사고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비중은 매년 늘고 있으며, 특히 페달 오조작·역주행 등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된 유형이 증가 추세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앞으로도 우상향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사고율을 연령만으로 단순화하는 시각에는 함정이 있다. 같은 65세 이상이라도 도심 거주 고령자와 농촌 거주 고령자의 운전 의존도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대도시 노인에게 면허 반납은 불편이지만,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 노인에게는 사실상 사회적 고립 선고에 가깝다. 정책이 이 차이를 무시한 채 일률적 반납 장려로 수렴하는 한, 반납률이 오를 리 없다.

대안의 조건 — 반납 이후를 설계해야 한다

일본은 이 문제를 먼저 겪었다. 2017년 이후 75세 이상 운전자 인지 기능 검사를 의무화하고, 동시에 지자체별 '이동 지원 서비스' 예산을 대폭 늘렸다. 반납 유도와 이동권 보장을 패키지로 묶었다. 한국은 전자는 도입했지만 후자는 뒤처졌다. 농어촌 버스 노선 확충, 수요응답형 교통(DRT) 확대, 고령자 전용 이동 바우처 등이 거론되지만 예산과 인프라 모두 속도가 느리다.

수요응답형 교통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앱 기반 호출 방식이 스마트폰 이용이 서투른 고령층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기술 솔루션 하나로 메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을버스 증편, 의료기관 셔틀, 지역사회 돌봄 이동 서비스처럼 아날로그 방식의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

면허 반납률 2.2%는 실패한 숫자가 아니라, 설계되지 않은 정책이 내놓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반납을 유도하려면 반납 이후의 삶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그 순서가 바뀐 채로는, 숫자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