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요일 오전, 정부는 어린이용품·전기용품 등 80개 품목에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흘 뒤인 19일, 이정원 국무2차장은 브리핑 자리에서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20일, 대통령실이 공식 사과했다. 정책 발표에서 철회까지 걸린 시간은 72시간이었다.
이 짧은 소동은 단순한 행정 해프닝이 아니다. 해외 직구 시장이 어느 규모까지 성장했는지, 안전 규제의 근거는 얼마나 실질적인지, 그리고 국내 산업 보호와 소비자 편익 사이의 긴장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연간 6조 7천억 원 시장, 규제의 속도가 따라잡지 못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 결제액은 6조 7,567억 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4년 이래 처음으로 연간 6조 원을 넘어섰다. 통관 건수는 더 극적이다. 2009년 251만 건에 불과했던 전자상거래 수입 통관은 2023년 1억 3,144만 건으로 불어났다. 15년 사이 52배. 이 숫자는 제도가 시장을 설계한 게 아니라 시장이 제도를 앞질러 간 현실을 말해준다.
소비자들이 직구로 향한 이유는 가격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제품군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국내 유통 마진이 반영되지 않은 원산지 가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구조 속에서 KC 인증 의무를 직구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정책은, 소비자에게 사실상 특정 채널을 봉쇄하는 효과를 낸다.
안전 우려는 근거 없지 않다—다만 수단이 문제였다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가 공허했던 것은 아니다. 2025년 정부가 실시한 해외 직구 화장품 1,080개 제품 시험검사에서 230개, 즉 21.3%가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섯 개 중 하나꼴로 기준 미달이라는 수치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어린이용품이나 전기용품으로 범위를 넓히면 잠재적 위험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부적합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모든 미인증 제품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논리적 간극이 크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5월 18일 개인 SNS를 통해 「개인 직구 시 KC 인증 의무화는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반응이 이례적으로 빠르고 일치했던 데는, 이 정책이 '안전'보다 '봉쇄'에 가까워 보였던 탓이 크다.
문제는 수단의 비례성이다. 위해성이 확인된 특정 제품을 사후적으로 통관 차단하는 방식과, 인증 부재를 이유로 전 품목을 사전 금지하는 방식은 규제 강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부가 사흘 만에 후자를 포기하고 전자로 돌아선 것은 그 차이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역차별 논란과 국가 간 제도 비교—형평성의 딜레마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오랜 불만이 자리한다. 2022년 완구·학용품 업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KC 인증을 취득하는 데 평균 2.7개월이 걸리고 연간 평균 1,546만 원의 비용을 쓴다. 반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동종 제품은 이 관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들 입장에서 이는 규제 역차별이다.
면세 한도 기준을 보면 국가 간 접근법의 차이가 선명하다. 한국은 건당 150달러(미국발은 200달러)의 면세 한도만 적용하는 구조인 반면, 중국은 연간 누적 약 26,000위안(한화 약 480만 원)의 상한을 두고 있다. 단순 가격 기준이냐, 누적 소비 기준이냐의 차이지만, 이는 각국이 소비자 편의와 자국 산업 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택했는지를 보여준다.
합리적인 절충점은 이미 이정원 차장의 발언 안에 있다. 위해성 조사를 거쳐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전면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위험 제품을 걸러낼 수 있다. 다만 이를 작동시키려면 통관 후 시장 감시 체계와 신속한 유해 제품 정보 공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72시간 만에 뒤집힌 정책이 남긴 진짜 과제는 거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