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10명 중 8명이 다닌다. 2024년 9월 말 기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1 학생은 29만 3천 명으로 참여율 82.7%를 기록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수치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 숫자만큼 환하지 않다. 교사는 "왜 우리가 돌봄까지 맡아야 하느냐"고 묻고, 행정 인력은 "교사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맞선다. 참여율과 만족도 사이의 간극, 그 틈새에 늘봄학교의 진짜 과제가 있다.
제도의 속도가 현장 준비를 앞질렀다
늘봄학교는 기존에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방과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통합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가 책임지는 전일제 교육 모델이다. 2024년 1학기 전국 초1 전면 도입에 이어, 2학기부터는 2학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과 돌봄 공백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문제는 속도였다. 시범 운영 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 단위 확대가 이뤄지면서, 인력 구조와 역할 경계가 불분명한 채로 학교에 제도가 내려앉았다. 늘봄 프로그램 운영을 누가 기획하고 관리하느냐를 두고 담임교사와 늘봄 전담 인력 사이에 책임 소재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수업 외 행정 부담이 증가했다고 호소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늘봄 전담사 채용이 개학 후에도 완료되지 않아 담임교사가 공백을 메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구조 문제: '누가 할 것인가'가 해결되지 않았다
핵심 갈등은 역할 설계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학교별로 늘봄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하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실제 배치 속도와 질은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교육청 재원과 지방 인프라에 따라 어떤 학교는 전담 인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반면,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는 기간제 인력에 의존하거나 기존 행정직원이 업무를 겸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원 단체들은 일관되게 「늘봄 운영의 행정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교사의 본질적 역할은 수업과 생활 지도이며, 방과후 프로그램 편성이나 강사 관리 업무는 별도 인력이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요구는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 원칙은 종종 현실 앞에 무너진다. 그 충돌이 반복되면 제도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린다.
비교 사례를 보면 구조 설계의 중요성이 더 뚜렷해진다. 프랑스의 페리스콜레르(Périscolaire) 제도나 독일의 종일학교(Ganztagsschule) 모델은 교사와 교육 보조 인력의 역할을 법령 수준에서 명확히 분리해 운영한다. 한국의 늘봄학교가 참고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이 '역할 경계의 법제화'다. 행정 지침이나 구두 원칙이 아니라, 업무 범위를 제도적으로 못 박아야 갈등이 줄어든다.
안착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첫째, 늘봄 전담 인력의 안정적 확보다. 단기 계약직이나 기간제로 채워진 코디네이터 자리는 이직률이 높고 전문성이 쌓이지 않는다.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화 경로를 열어야 현장이 안정된다. 둘째, 교사 업무 경계를 시행 규칙 수준에서 명시해야 한다. 「늘봄 행정은 전담 인력이 주관하고, 교사는 교육적 연계 역할만 담당한다」는 식의 구체적 조항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편차 해소다. 수도권과 농촌 간 늘봄 운영 수준 차이는 결국 돌봄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중앙 재정 지원을 취약 지역에 집중 배분하는 방식으로 격차를 좁혀야 한다.
82.7%라는 참여율은 제도의 수요를 증명한다.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한 부모들의 현실적 요구가 그 숫자에 담겨 있다. 그러나 수요가 많다는 사실이 공급 방식의 결함을 덮어주지는 않는다. 늘봄학교가 숫자로만 성공하고 현장에서 소진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교실 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제도의 골격을 세우는 것보다 버티게 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정책 당국은 지금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