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원. 직장인 기준으로는 상위 소득자다. 그런데 이 차주가 은행 창구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5억 6,800만 원에 묶인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본격 적용된 결과다. 1단계(가산금리 0.38%p, 40년 만기)보다 가산금리가 높아지면서 같은 소득, 같은 조건의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돈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가 9억 원을 웃도는 현실에서, 이 숫자가 뜻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스트레스 DSR이란 무엇인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차주의 연소득 대비 전체 대출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제한하는 규제다. 은행권 기준 40%, 비은행권 기준 50%를 넘길 수 없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스트레스 DSR이다. 미래 금리 상승 위험을 미리 반영해, 실제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1단계에서는 가산금리가 0.38%p에 그쳤지만, 2단계에서는 이 수치가 올라가고 적용 범위도 전 금융권으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단계적으로 규제를 조여온 배경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국내 가계부채 잔액은 GDP 대비 100%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누가 얼마나 영향을 받나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1억 원 차주가 4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 시 한도는 5억 6,800만 원 수준으로 압축된다. 1단계 적용 당시보다 수천만 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감소 폭은 더 가파르다. 연봉 6,000만 원대 차주라면 한도가 3억 원대 초중반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 규제가 투기 수요보다 실수요자에게 더 직접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나 자산가는 현금 동원력이 있지만, 처음 집을 사려는 30·40대 1주택 실수요자는 대출 한도가 곧 매수 가능 범위의 천장이 된다.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매수 문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비은행권으로의 풍선 효과도 변수다. 1단계에서는 은행권 위주로 적용됐지만, 2단계에서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저축은행·카드사·보험사 대출도 같은 기준에 묶인다. 이는 중저신용자가 고금리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경로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기존에 비은행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계층의 선택지를 좁힌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 시장에 미치는 파장

대출 한도 축소는 곧 매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도권 중저가 단지와 지방 광역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 감소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유사한 규제 강화 국면이었던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감한 바 있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 변수지만, 대출 한도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수요 측에 온전히 전달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측면에서도 영향이 감지된다. 분양 시장에서 중도금 대출이 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청약 당첨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 고가 단지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연착륙과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장기 목표를 내세우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책금융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대상과 한도가 제한적이다. 규제가 조여드는 속도와 정책 보완의 속도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 그 틈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언제나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