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를 포함해 복수의 메달을 획득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프로게이머들은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고, 시청자 수는 전통 스포츠 중계를 넘어섰다. 숫자만 보면 e스포츠는 이미 주류다. 그런데 메달리스트들이 돌아온 현장은 달랐다. 대다수 선수들의 표준계약서 사용률은 여전히 낮고, 선수 수명은 평균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법제화는 이뤄졌다, 작동은 다른 문제
국회는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선수 권익 보호 조항을 명문화하고, 정부가 e스포츠 진흥 기반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이 핵심이다. 법 개정 자체는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성과다. 하지만 법령이 생겼다는 사실과 그 법령이 현장에서 실효를 내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e스포츠 선수 대부분은 10대 후반에 프로팀에 입단해 20대 중반이면 은퇴를 고민한다. 계약 기간은 짧고, 연봉 공개는 제한적이며, 트레이드나 방출 과정에서의 분쟁을 해결할 공식 기구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개정법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표준계약서 사용 촉진과 분쟁 조정 절차 정비를 명시했다. 제도의 골격은 세워졌다. 문제는 집행력이다.
산업 규모와 선수 처우의 불균형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2020년대 들어 연평균 10%대 성장률을 유지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로 확장됐다. 한국은 이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과 인프라 면에서 선도국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리그 중계권, 스폰서십, 굿즈 수익이 팀 운영사의 핵심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수익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선수와 구단 간 정보 비대칭도 커진다. 스폰서 계약의 수익 배분 방식이 불투명하고, 방송 출연료나 광고 수익이 선수에게 어떻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표준이 없다. 전통 스포츠에서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선수협의회·에이전트 시스템·연금 제도를 e스포츠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병역 혜택을 보장하는 동안, 메달과 무관한 나머지 선수 대다수의 노후 보장은 여전히 개인 몫이다.
2026년 이후, 제도가 현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2026년부터는 민간 법률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선수 권익 보호 체계 가동이 예정돼 있다. 법 개정의 후속 조치로, 분쟁 조정과 계약 검토를 지원하는 민관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면 선수들이 계약 과정에서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처음으로 제도화된다.
다만 실행의 관건은 접근성이다. 선수들, 특히 10대 신인 선수들이 이 제도의 존재를 알고 실제로 이용하려면 홍보와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팀 입단 계약서에 처음 서명하는 순간, 제도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법 조항은 조항으로만 남는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것은 인정의 문제였다. 그다음은 구조의 문제다. 금메달을 딴 나라가 선수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앞으로 이 산업이 진짜 스포츠로 불릴 수 있는지를 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