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출신 여섯 명.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공동 기획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는 그 구성 자체로 하나의 질문이다. 이 그룹을 K-팝이라 부를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성립한다면, K-팝의 본질은 무엇인가.
캣츠아이는 2024년 데뷔 이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꾸준한 스트리밍 수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 두 번째 EP 'BEAUTIFUL HEARTBREAK'는 미국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에 진입하며 비(非)한국계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데뷔 전 공개된 넷플릭스 오디션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는 제작 과정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하이브 특유의 방식을 그대로 이식했다.
시스템이 만들어낸 아이돌
캣츠아이의 훈련 방식은 서울 기획사 연습생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안무, 보컬, 퍼포먼스, 팬 소통 방식까지 K-팝이 20여 년간 정교하게 다듬어온 공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국적이 다를 뿐, 제작 문법은 같다. 이 지점이 핵심이다. K-팝이 하나의 '장르'나 '국적 코드'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제조 방법론'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이 그룹은 실증한다.
비교 대상은 이미 존재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NCT는 다국적 멤버를 체계적으로 편입해 왔고, JYP의 니쥬(NiziU)는 일본인 멤버로만 구성됐음에도 K-팝 프로덕션 방식으로 제작돼 일본 오리콘 차트를 장악했다. 니쥬는 데뷔 싱글로 오리콘 디지털 차트 1위를 기록하며 K-팝 시스템이 현지화될 수 있음을 먼저 증명했다. 캣츠아이는 그 논리를 북미로 확장하는 실험이다.
확장의 논리와 마찰
그러나 확장에는 마찰이 따른다. K-팝 팬덤 문화의 핵심 중 하나는 '아티스트와의 정서적 연결'이다. 한국어 가사, 한국적 미감, 멤버들이 공유하는 훈련 서사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팬덤을 결속시키는 구조적 요소다. 캣츠아이는 영어 중심 콘텐츠로 이 공식을 재설계하려 했지만, 기존 K-팝 팬덤과의 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더 근본적인 물음도 있다. K-팝이라는 이름 안에는 '코리아'가 있다. 한국 문화산업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올린 소프트파워 자산이 그 브랜드를 뒷받침한다. 이를 탈국적화된 포맷으로 수출할 때, 원산지 효과(country-of-origin effect)가 희석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캣츠아이를 K-팝이라 부를 때 소비자가 연상하는 것이 '한국산 감성'인지 '하이브산 시스템'인지, 그 간극이 브랜드 정체성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산업 재편의 신호
하이브가 이 실험에서 기대하는 것은 명확하다. 한국 연예기획사의 구조적 한계, 즉 국내 인구 기반의 협소함과 병역 문제 등 현실적 제약을 넘어서는 수익 모델이다. 북미 현지 아이돌 그룹이 성공한다면, 연습생 수급부터 음반 유통까지 한국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독립적인 사업 라인이 가능해진다.
이는 K-팝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K-팝의 글로벌화는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로 내보내는' 수출 모델이었다. 캣츠아이 이후의 궤적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 시스템을 현지에서 구동하는' 프랜차이즈 모델로의 전환 가능성이다. K-팝이 하나의 국가 콘텐츠를 넘어 초국적 엔터테인먼트 방법론으로 자리잡는다면, '한국인 없는 K-팝'이라는 표현은 모순이 아니라 장르의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 될 것이다.
다만 그 전환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검증되어야 한다. 시스템 없이는 아이돌이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그 시스템이 한국이라는 토양 없이도 동일한 팬덤적 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 답은 캣츠아이의 다음 앨범 성적표가 내놓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