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날개의 밀랍이 녹아 추락했다. 스포츠 스타들이 대중의 환호라는 뜨거운 태양 아래 설 때, 그들이 걸친 유니폼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의 갑옷이다. 그러나 최근 야구계를 뒤흔든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의 음주운전 사태는, 그 갑옷이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처참하게 보여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의 몰락은 단순한 일탈을 넘어, 우리 스포츠계의 윤리적 척도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묻는 뼈아픈 질문이다.
프로 선수는 단순한 운동업자가 아니다. 아이들의 꿈을 먹고 자라며, 대중의 감정을 지배하는 공인(公人)에 준하는 존재다. 특히 이용규처럼 오랜 세월 그라운드를 지키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베테랑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그가 잡았던 배트의 무게만큼이나,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지대했다. 술잔을 들고 운전대를 잡은 순간, 그가 저버린 것은 도로교통법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지지해 준 팬들의 신뢰와, 스포츠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품격마저 함께 짓밟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운동선수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온정론을 펴기도 한다. 찰나의 실수를 이유로 평생 바쳐온 커리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관대함이야말로 체육계를 좀먹는 고질적인 병폐의 시발점이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 행위다. 기량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혹은 과거의 공헌이 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법 앞의 평등과 사회적 책임은 그 어떤 홈런이나 삼진보다 무겁다.
실제로 야구계는 음주운전에 대해 점차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KBO는 지난 2024년 12월 13일, 음주운전 사고 후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LG 트윈스 투수 이상영에게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를 적용해 1년 자격정지라는 무거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선례는 음주운전이 더 이상 개인의 사소한 일탈로 치부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경고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들려온 베테랑의 음주운전 소식은, 제도적 징계만으로는 선수들의 해이해진 도덕성을 바로잡기에 역부족임을 방증한다.
논어(論語)에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이라는 말이 있다. 지도층이나 선구자의 덕망은 바람과 같아서, 민초라는 풀잎을 쓰러뜨리고 일으킨다는 뜻이다. 스포츠계의 '군자'라 할 수 있는 베테랑들이 흔들릴 때, 밑바닥에서 꿈을 키우는 유소년 선수들과 후배들이 배울 것은 무엇인가. 체육계 전반의 도덕성 회복은 단순히 징계 수위를 높이는 기술적 처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선수 스스로가 자신이 누리는 부와 명예가 대중의 사랑에서 비롯된 책임의 산물임을 뼈저리게 인식하는 내적 각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기장의 조명이 꺼지고 관중이 떠난 뒤에도, 선수의 삶은 계속된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은 사방이 트인 그라운드 위에서뿐만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의 운전대 앞에서도 증명되어야 한다. 무너진 신뢰의 성벽을 다시 쌓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그라운드를 떠도는 베테랑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묻게 된다.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단지 면허증인가, 아니면 평생을 바쳐 지켜온 야구에 대한 경외심인가. 밤하늘을 잃어버린 별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