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에너지 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은 단순히 지정학적 갈등을 넘어,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 체질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미세한 균열만으로도 국가 경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외줄 타는 한국 에너지 안보, '69%와 95%'의 취약한 구조

정부 및 관련 업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69%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중동발 원유의 95% 이상이 반드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만 한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이 막힐 경우, 한국은 사실상 원유 수입 채널의 핵심 동맥이 차단되는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져 왔으나, 중동 원유의 가격 경쟁력과 국내 정제 설비의 적합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 '3고(高)' 악순환의 도화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50달러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유가 급등은 국내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즉각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원자재 비중이 높은 국내 핵심 제조업 분야는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유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는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부추겨, 수입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결국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률 저하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 방출, 근본적 체질 개선 서둘러야

사태의 심각성에 대응해 정부와 민간 업계는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정부 비축유와 민간 보유분을 합쳐 약 1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공급 중단 사태에는 수개월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주나 아프리카 등으로의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등 비화석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높여 중동 석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도를 낮추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시대에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