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냉정한 시선이 교차한다. 자발적 참여에 기댄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주주환원 문화의 구조적 전환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주가 부양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과 중장기 투자 생태계 재편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배당 확대에 당근 내밀었지만…실효성은 '물음표'
정부는 밸류업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책으로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핵심은 두 가지 요건의 충족이다. 배당 총액을 전년 대비 10% 이상 늘리고, 동시에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한 기업의 주주에게는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이 부여된다. 기업 측에도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구조다. 재무 건전성과 주주환원 의지를 동시에 요구함으로써 무분별한 단기 배당 경쟁을 차단하겠다는 설계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세제 인센티브가 실제 기업 행동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주요 상장기업 다수는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음에도 배당 성향을 낮게 유지해온 전통이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배당 성향은 주요 선진국 평균을 크게 밑돌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세제 혜택이라는 유인책만으로 이 관성을 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적 구속력의 부재…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관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핵심 공백은 법적 구속력의 미비다. 현행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에 대한 의무로 한정되어 있다.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 명시적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경영진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보다 내부 유보와 사업 다각화를 선택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이사회 결정은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실질적인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일본이 도쿄증권거래소의 강력한 행정 지도와 함께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해 증시 재평가를 이끌어낸 사례는, 권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밸류업의 지속성, 결국 생태계의 문제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세제 혜택과 법적 의무화의 투 트랙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액공제와 분리과세 인센티브는 참여 기업에 단기적 유인을 제공하지만,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같은 제도적 기반 없이는 자발적 참여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선택적 밸류업'에 그칠 공산이 크다.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시의 실질화도 과제다.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고도 이행 여부를 사후 검증하는 메커니즘이 미흡하다면, 시장에서의 신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밸류업의 본질은 결국 기업이 주주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환원하는 문화의 정착이다. 세제 인센티브는 그 출발점일 뿐이며, 법적 책임과 시장 규율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정책 효과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