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45,873건. 전년도 42,369건에서 8.3% 늘었다. 사망자는 843명으로 전년 761명보다 80명 이상 더 숨졌다. 단순 수치가 아니다. 매일 두 명 넘는 노인이 핸들 앞에서 목숨을 잃거나 빼앗는다는 뜻이다.
당국은 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핵심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지역 상품권을 쥐여준다. 그러나 반납률은 여전히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이유는 단순하다. 버스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을 넘는 농촌 마을에서, 병원 한 번 가려면 택시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지역에서, '면허 반납 = 이동 포기'이기 때문이다. 교통카드 몇 장으로 삶의 반경을 돌려주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동떨어졌다.
본지는 면허 반납 제도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 지지한다. 인지 능력과 반사 신경이 저하된 상태에서의 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보행자와 동승자 모두를 위협한다. 문제는 제도의 방향이 아니라 설계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최소 세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 이동 수단의 공백을 먼저 채워야 한다. 면허를 반납하는 순간부터 대체 교통편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도심에 집중된 수요 응답형 버스와 노인 전용 셔틀을 농산어촌까지 확대하고, 의료기관·장보기·관공서 이동을 묶은 정기 순환 노선을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인센티브 금액보다 이 기반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반납률은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둘째, 인지 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현재 75세 이상에게 적용하는 적성 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치매 초기 단계를 감별할 수 있는 전문 의료 연계 체계를 면허 갱신 절차 안에 구축해야 한다. 서류 제출로 형식을 채우는 검사가 아니라, 실제 위험 운전자를 걸러내는 검사여야 한다. 이는 고령 운전자를 낙인찍는 일이 아니라 모든 도로 이용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셋째, 반납 결정을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지지하는 문화와 구조가 필요하다. 스스로 반납을 결심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가족이 권유할 수 있도록 상담 채널을 마련하고, 반납 이후의 생활 변화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복지 연계 프로그램을 연결해야 한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교통 정책만의 영역이 아니다. 노인 복지와 지역 인프라가 맞닿아 있는 복합 문제다.
면허증 한 장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도로가 안전해지지 않는다. 이동권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야, 노인 스스로 핸들을 내려놓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그 확신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내년에도 사망자 수치는 올라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