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가 식탁 물가를 뒤흔드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현실의 재앙으로 다가왔다. 폭염과 폭우, 가뭄이 일상화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전체 서민 가계의 생계를 위협하는 도미노 증세를 유발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로만 바라보던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구조적 리스크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유통 및 수급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기온이 1℃ 상승할 경우 1년 뒤 국내 농산물 가격은 2% 상승하고 전체 소비자물가는 0.7%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인 폭염이나 이상 고온 역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주범이다. 이는 기후 위기가 일시적 충격을 넘어 우리 경제 체제 내에 상시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기후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취약한 국내 농산물 수급 및 유통 구조다. 현재의 복잡한 다단계 유통 경로는 산지의 기후 피해로 인한 공급 부족 발생 시 가격 왜곡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중간 유통 마진이 비대해지면서 농민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반복되고 있다. 산지 다변화나 비축 물량 조절 등 유연한 대응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후 충격은 고스란히 서민의 가계 부담으로 전가된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수입 물량을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할인 쿠폰을 지원하는 방식은 재정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후 위기가 상시화된 시대에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는 것은 정책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기후 변화의 장기적 추세를 예측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수급 예측 시스템과 유통 구조의 전면적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제 정부는 농업 생산 지도 자체를 기후 변화에 맞춰 재설계하고, 스마트팜 등 기후 적응형 기술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복잡한 유통 단계를 축소하는 직거래 활성화와 투명한 가격 형성 시스템 구축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후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파동이 아닌 식량 안보의 문제다. 정부의 단호하고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