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정치가 만들어낸 거대한 안개 속에 갇혔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정치권의 끝없는 소모적 공방이 우리 증시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행 여부조차 확정 짓지 못하는 불확실성 자체가 시장의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신설되어 당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022년 말 여야 합의를 통해 2025년 1월로 한 차례 유예된 바 있다. 문제는 유예 기간 동안 시장을 안정시킬 보완책을 마련하거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어야 할 정치권이, 시행을 불과 몇 달 앞둔 지금까지도 갈등만 반복하며 시장의 혼란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금의 교착 상태를 강력히 비판하는 첫 번째 이유는 투자 심리의 극단적 위축이다. 자본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세제 개편의 방향성이 표류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국내 증시 기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이어져 우리 증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로, 금융투자업계와 납세자들의 행정적·시스템적 혼란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제 도입에 따른 원천징수 시스템 구축 등 실무적 준비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정책의 방향성이 안갯속에 가려진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투자 결정을 유보하고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의 대외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일관성 없고 예측 불가능한 세제 정책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선진 시장으로의 도약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시장의 규칙을 정치적 흥정 도구로 삼는 모순된 행태는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이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멈추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시장을 볼모로 잡은 정쟁을 끝내고, 시행이든 폐지든 유예든 시장이 수용 가능한 명확한 결론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 자본시장의 안정과 1400만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치권의 책임 있는 결단과 신속한 행동을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