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기조의 장기화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소비로 눈을 돌리는 이른바 '소비 유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025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역대 최고치인 1,422원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 2026년 6월 9일 기준 원·달러 매매기준율이 1,530.5원까지 치솟으며 가계의 해외 소비 장벽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미증유의 고환율 국면은 우리 경제에 분명한 부담이지만, 동시에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전례 없는 '골든타임'이기도 하다. 본지는 정부와 지자체가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말고, 국내 관광 및 문화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고환율로 인해 국내로 발길을 돌린 내국인 소비층을 확실하게 붙잡아둘 매력적인 대체재를 마련해야 한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여행 비용이 급등하면서 매년 해외로 유출되던 막대한 관광 소비가 국내로 환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비용이 비싸서 국내에 머문다'는 소극적 유인책만으로는 이들의 지갑을 열 수 없다. 소비자들이 해외 관광지에서 기대하는 수준 높은 서비스와 독창적인 경험을 국내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관광 상품의 질적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바가지요금 근절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청산하는 것부터가 신뢰 회복의 시작이다.
둘째, 전국의 지자체는 천편일률적인 지역 축제와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탈피해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지역 관광 사업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고유의 특색 없이 모방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각 지역이 가진 역사, 자연, 예술적 자산에 첨단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독보적인 킬러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체류형 관광을 유도할 수 있는 고품격 숙박 시설의 확충과 대중교통 연계망 정비 등 기초적인 인프라 개선이 병행되어야만 지역 경제 활성화의 실질적인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정부 차원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관광 및 문화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고용 유발 효과가 크고 내수 진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관광 특구 지정을 확대하고, 로컬 크리에이터와 청년 창업가들이 관광 시장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낡은 규제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한다. 더불어 국내 여행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강화하는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고환율이라는 '3고(高)'의 파고 속에서 내수 침체 장기화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고환율이 만들어낸 '국내 소비 유턴'은 내수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와 다름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기회를 단순한 일시적 유행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대한민국 관광·문화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골든타임의 시계는 멈추지 않으며,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