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느 반지하. 60대 남성이 사망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냉장고엔 반쯤 남은 소주 한 병. 그가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대화한 날짜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이제 뉴스 한 줄짜리도 안 된다.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5%를 넘어섰다. 셋 중 하나는 혼자 산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 혼자 사는 것과 고립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짧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 관련 조사에서 1인 가구 중 상당수가 일주일에 단 한 번도 이웃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파트 복도는 매일 스치지만, 얼굴을 아는 이웃은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여성가족부(성평등가족부) 등 관련 부처들이 1인 가구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긴급복지나 위기 대응에 집중돼 있다. 위기가 터진 다음에 개입하는 구조다. 예방이 아니라 수습이다. 고립이 완성된 뒤에 달려가는 건 소방이지 설계가 아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왜 주거를 '개인의 공간'으로만 설계해왔는가.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이미 다른 답을 실험 중이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 수십 년 전부터 확산된 코하우징(co-housing) 모델은 각자의 독립된 주거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공용 주방, 공용 거실, 텃밭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강요된 커뮤니티가 아니다. 원할 때 함께하고, 원할 때 혼자일 수 있는 구조다. 일본 도쿄도 일부 지자체는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이웃 연결 코디네이터'를 두어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드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이라고 못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조건이 더 좋을 수 있다. 수도권 재개발 단지마다 들어서는 대규모 공공임대 아파트에 커뮤니티 설계를 의무화하는 것, 신규 주택 인허가 기준에 공유 공간 비율을 포함시키는 것, 사회주택 모델에 입주자 간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는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것. 이 중 어느 것도 공상이 아니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소규모로 시도되고 있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도 활용 가능하다. 스마트홈 센서로 일정 시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지정 연락처나 지자체 돌봄 센터에 알림이 가는 시스템은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다. 비용도 크지 않다. 그런데 전국 단위 확산은 더디다. 예산 구조와 부처 간 칸막이가 문제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반복된다.

1인 가구의 고립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가 만드는 결과다. 혼자 살기로 한 사람을 탓할 게 아니라, 혼자 살아도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국가의 일이다. 냉장고 속 소주 한 병이 마지막 기록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필요한 건 복지 예산 몇 줄이 아니라 도시를 다시 설계하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