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72건. 2023년 4,935건. 불과 2년 사이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가 18배 이상 폭증했다. 환경부 집계가 보여주는 이 숫자는 단순한 행정 통계가 아니다. 친환경을 가장한 기업의 거짓말이 그만큼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소비자를 속여왔다는 증거다. '자연 유래', '탄소중립', '100% 재활용'이라는 문구가 포장재와 광고판을 도배하는 동안, 실제 공정은 달랐고 수치는 부풀려졌다. 소비자는 선택했다. 단지 잘못된 정보를 믿은 채로.
본지는 그린워싱에 대한 사법적·제도적 규제 강화를 단호히 지지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그린워싱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다. 진정성 있는 ESG 투자에 실제 비용을 치른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포장만 바꾼 기업이 '친환경 프리미엄'을 독식하는 역설이 반복되어 왔다. 이는 공정 경쟁의 문제다. 규제 없는 시장에서 거짓말은 전략이 된다. 환경부가 2024년부터 사전 예방 행정 체계를 도입해 적발 건수를 끌어내린 것은 긍정적 신호지만, 사후 적발 중심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허위 표시의 유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위반 기업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반복 위반 시 광고 금지와 형사 처벌까지 연결되는 단계적 제재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소비자 피해는 금전적 손실을 넘어선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다는 믿음은 행동 변화와 연결된다. 분리수거를 더 열심히 하고, 비싸도 '착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결정이 거짓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그 피해는 개인의 지갑이 아닌 사회 전체의 환경 신뢰 자본을 갉아먹는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4년 '그린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을 통해 기업이 환경 주장을 할 때 독립적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를 정비하고 있다. 우리 제도가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국내 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더 높은 기준에 직면하는 동시에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는 낮은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셋째, 그린워싱은 기후 대응 자체를 지연시킨다. 기업이 실제 탄소 감축 대신 이미지 세탁에 자원을 쏟는 동안, 탄소 배출은 줄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설정한 기후 목표는 숫자 게임이 아니라 물리적 현실이다. 허위 환경 주장이 묵인될수록 실질적 전환에 투자해야 할 자원은 분산되고, 시간은 소비된다. 이것이 그린워싱을 단순한 소비자 기만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의 구조적 장애물로 봐야 하는 이유다.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완벽한 친환경이 아니다. 정직함이다. '진행 중인 개선'을 솔직하게 공개하는 기업과 완성된 척 포장하는 기업을 시장이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제도의 역할이다. 환경성 표시 기준의 구체화, 제3자 검증 의무화, 위반에 대한 실질적 제재. 이 세 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그린워싱은 '들킬 수도 있는 전략'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된다.
포장지 색깔을 바꾸는 것은 쉽다. 공급망을 바꾸고 공정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기업이 어려운 길을 택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규제의 본질적 역할이다. 지금이 그 설계를 바로잡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