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계산대에 사람이 사라진 자리, 그곳엔 작은 카메라 하나와 키오스크 화면만 남았다. 누군가에게 그 공간은 '셀프 결제'의 편리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격자 없는 기회'다.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에서 물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인간은 과연 스스로를 단속할 수 있는가. 무인 점포 앞에 선 우리 사회가 지금 그 질문 앞에 놓여 있다.
경찰청 통계는 냉혹하다. 무인 점포 절도 사건은 2021년 3,514건에서 2023년 10,847건으로 불과 2년 만에 세 배 넘게 뛰었고, 2025년에는 11,015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숫자가 가리키는 것은 단순한 증가세가 아니다. 하루 평균 서른 곳의 무인 점포에서 누군가 물건을 집어 들고 그냥 걸어 나간다는 뜻이다. 카메라가 있어도. 경고 문구가 붙어 있어도.
무인화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다. 인건비 부담, 24시간 운영의 현실적 한계, 비대면 소비 문화의 확산—이 모든 요인이 맞물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무인 라면 가게, 무인 편의점이 골목 곳곳을 채웠다. 자영업자들에게 무인화는 생존 전략이었다. 이 흐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기술이 나쁜 게 아니다. 기술이 열어놓은 빈틈을 메우지 않은 것이 문제다.
범행 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카메라 사각지대를 미리 파악한 뒤 침입하거나, 아예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오는 사례도 보고된다. 일부 점주들은 가게 안에 설치한 카메라 영상을 뒤늦게 확인하고서야 피해를 인지한다. 범행 시각과 신고 시각 사이의 간격이 길수록 범인 검거율은 떨어진다. 무인 점포의 구조적 특성이 범행을 '저위험·고성공'의 선택지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상 해상도가 낮아 얼굴 식별이 불가능한 카메라, 침입 감지 센서 하나 없는 출입문, 야간에 꺼지는 조명. 이런 환경은 범죄를 유혹한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무인 점포 운영 시 최소한의 보안 설비 기준을 조례로 명문화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무인 점포 보안 설비에 대한 기준을 제도화하는 논의가 시작될 때가 됐다는 지적이 업계와 치안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인 점포 범죄의 상당수는 상습 절도가 아니라 '충동형' 혹은 '생계형' 범행으로 분류된다. 먹을 것이 없어 라면 한 봉지를 들고 나온 이십 대, 이것이 범죄 통계의 한 칸을 채우는 현실이다. 처벌만 강화한다고 이 숫자가 줄지 않는다. 지역 사회의 안전망—복지 사각지대 발굴, 청년 긴급 지원, 골목 치안 순찰 강화—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무인 점포 범죄는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회복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지만, 신뢰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카메라가 늘어날수록 범죄도 늘어나는 이 역설 앞에서,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것은 감시 장비의 화소 수가 아니라 서로를 지켜보는 공동체의 밀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