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3,591만 명.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다. 이 숫자가 2040년에는 2,910만 명으로 줄어든다. 약 680만 명, 15년 만에 서울 인구가 통째로 빠지는 규모다. 더 냉혹한 사실은, 이 계산이 이미 '희망 시나리오'를 깔고 있다는 점이다. 합계출산율이 인구 유지 수준인 2.1명을 지금 당장 회복한다고 가정해도 이렇다. 출생아가 생산연령에 도달하는 데 20년이 걸리는 탓이다. 즉,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는 2040년대 이전에 생산인구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구조적 공백을 채울 현실적 선택지로 이민 정책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논의의 질이 문제다. '얼마나 받을 것인가'에 집중된 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는 뒷전으로 밀린다. 단순 노동력 수급 논리로만 접근하면, 외국인은 늘어도 사회는 통합되지 않는다. 이민 정책이 저출생의 해법이 되려면, 체계가 먼저 서야 한다.

숫자로만 보면 놓치는 것들

이민을 통한 인구 보완 전략은 한국만의 시도가 아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부터 고숙련 이민자 유치 제도를 정비했고, 캐나다는 점수제 기반의 이민 선발 체계를 수십 년째 운용하며 연간 수십만 명의 영주권자를 받아들인다. 일본은 2019년 '특정기능' 비자를 신설해 외국인 노동력 확대를 공식화했지만, 정착 지원 미비로 이탈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역시 외국인 체류자 수가 25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의 장기 정착률이나 사회 기여도를 측정하는 공식 지표는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별 기준의 부재다. 현재 한국의 이민·체류 정책은 단기 계절 노동자부터 고급 기술 인력까지 단일한 틀로 다룬다. 제조업 현장의 인력난을 메우는 비자와, 반도체·바이오·AI 분야 전문 인력을 유치하는 비자가 같은 논리 위에서 움직인다. 수요는 다르지만, 설계는 단순하다.

'유입'이 아니라 '정착'이 정책의 진짜 목표여야 한다

우수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그들이 머물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언어 장벽, 자녀 교육, 의료·행정 서비스 접근성, 직장 내 차별 경험 — 이 장벽들 중 하나라도 해소되지 않으면 인재는 한국을 경유지로 삼는다. 캐나다나 호주가 이민자의 장기 정착에 성공한 배경에는 입국 전 언어 교육 지원,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자격증 상호인정 협약 등 촘촘한 사전 설계가 있다. 한국에서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기반은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문다.

사회 통합의 문제는 외국인만의 과제가 아니다. 수용하는 사회의 준비도가 함께 측정돼야 한다. 외국인 밀집 지역 주민의 인식,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학생의 적응 지원 체계, 지방자치단체별 이민자 서비스 편차 — 이 요소들이 통합 로드맵 안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이민 정책은 인구 통계상의 숫자 교정에 그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 목표가 아닌 경로 설계

정부 차원에서 이민청 설립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민 관련 업무가 법무부, 고용노동부, 외교부 등에 분산된 현행 구조를 통합하겠다는 취지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기관 통합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인재를 어떤 조건으로 받고, 어떤 경로로 영주권·국적 취득을 허용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단계별 설계가 함께 나와야 한다.

2040년까지 남은 시간은 15년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생산인구로 진입하기엔 너무 짧고, 이민 정책의 효과를 쌓기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이 창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한국의 노동시장과 복지 재정의 지형이 달라진다. 단기 처방으로 설계된 이민 정책은 단기 효과만 낸다. 이민을 인구 정책의 일부로 진지하게 다루려면, 지금 당장 로드맵의 첫 장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