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엔 오래된 반찬통 하나. 달력은 석 달 전에 멈춰 있었다. 서울 외곽의 한 반지하 원룸에서 50대 남성이 발견된 건 이웃 주민이 악취를 신고하고 나서였다. 관리인은 「워낙 조용한 분이었다」고 했다. 조용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냥 혼자였던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해 고독사 사망자 중 남성이 전체의 81.7%(3,205명)를 차지했다. 여성(15.4%, 605명)의 다섯 배가 넘는 수치다. 그 중에서도 50대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26.2%(1,028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숫자로 표현하면 담담해 보이지만, 이틀에 여섯 명꼴로 50대 남성이 홀로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왜 하필 50대 남성인가

50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거친 파고를 통과하는 나이대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이혼율 증가로 가족 해체를 경험하며, 노인 복지 대상에는 아직 포함되지 않는다.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설계된 복지 제도의 바깥에서, 50대 남성 1인 가구는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대 1인 가구는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특히 이혼이나 별거로 홀로 된 중년 남성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이 직장과 가족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잃으면 연결고리가 한꺼번에 끊긴다. 친구에게 전화하는 법을 잊은 남자들.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세대. 고독사는 이 구조의 말단에서 발생한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이 연령대 남성은 특히 취약하다. 우울증 진단율은 여성보다 낮지만, 실제 자해·고위험 행동 비율은 남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남자가 약한 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문화가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 자체를 차단한다. 위기는 소리 없이 축적되고, 발견은 너무 늦게 이뤄진다.

제도는 어디에 있었나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건 2021년이다.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고 지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위험군 발굴은 주로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 한두 명의 몫인 경우가 많고, 50대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록자가 아니라면 아예 관리 대상에서 빠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이나 고시원 등 주거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의 경우, 생활 실태를 파악할 공식 창구가 사실상 없다. 가스·수도 사용량 모니터링 같은 IoT 기반 고독사 감지 시스템이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지만, 보급률은 아직 전국 단위로 확대되지 못한 수준이다. 이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은 방에서, 오늘도 누군가 혼자 숨을 거두고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50대 남성을 고독사 고위험군으로 명시적으로 분류하고, 이들을 위한 정기 접촉 체계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안부 확인을 넘어, 고용·의료·주거 복지를 연계한 통합 사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발견'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이 스스로 손을 내밀기를 기다리는 시스템은, 손을 내미는 법을 잊은 사람들에게 작동하지 않는다.

연결의 문제, 정책의 문제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고독사 제로' 정책을 지역 단위로 운영해왔다. 지역 포괄 지원 센터를 통해 중장년 1인 가구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민간 기업과 협력해 배달원이나 우편 집배원이 이상 징후를 신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국도 유사한 민관 협력 모델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행 속도는 고독사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달력이 멈춘 방. 석 달 동안 아무도 그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복지 제도가 그 문 앞에 한 번이라도 서 있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1,028명이라는 숫자 뒤에 붙어야 할 것은 추모가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