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외곽의 한 야산 입구. 작은 봉분 하나가 눈에 띈다. 반려견을 키우다 잃은 60대 주민이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에 혼자 파묻고 간 자리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선택지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가까운 데 장례식장이 없어요. 멀리 가자니 비용도 부담이고,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라는 건 도저히 못 하겠고.」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직접 땅에 묻었다'는 응답이 38.6%로 가장 많았다. 법적으로는 엄연한 불법 매립이다. 동물장례식장을 이용한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다. 반려인이 1500만 명을 넘어선 나라에서, 죽음을 제대로 처리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시설은 부족한데, 지으려면 민원 폭탄

수요는 분명하다. 하지만 공급은 따라오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 장묘시설 설치를 추진하면 어김없이 지역 주민 반발이 터진다.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악취, 교통 혼잡, 집값 하락 우려가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청원을 이유로 인허가를 지연시키거나, 사실상 불허에 가까운 조건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님비(NIMBY) 현상이 단순한 감정 반응이 아니라는 데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과 관련 시행령은 동물 장묘시설의 입지 기준을 명시하지만, 주민 동의나 사전 협의 절차를 사업자에게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지역사회가 참여할 제도적 통로 없이 시설이 들어서다 보니, 불신과 반발이 더 커지는 구조다. 규제가 갈등을 만드는 셈이다.

해외는 어떻게 했나 — 공공화와 정보 공개

일본은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도쿄 일부 자치구는 구립(區立) 반려동물 화장 시설을 직접 운영한다. 공공이 직접 나서면서 혐오시설 낙인이 약해졌고, 이용료도 민간보다 낮아졌다. 영국과 독일은 민간 시설 중심이지만 환경 기준과 운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이 시설 입지를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불투명함이 공포를 키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접근이다.

한국도 공공 주도 모델을 검토해볼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역자치단체나 기초단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공공-민간 협력(PPP)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동물복지 시범사업 차원에서 공공 화장로 설치를 논의 중이지만, 예산과 정치적 의지 모두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갈등 구조를 바꾸는 법 — 절차와 보상

전문가들은 입지 선정 단계부터 주민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설명회나 공청회 수준이 아니라, 주민 협의체가 설계 기준과 운영 방식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입지 주변 지역에 환경 개선비나 공공시설 투자를 연계하는 「주민 편익 패키지」를 병행하면, 반발의 근거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규제 체계도 손봐야 한다. 현재는 불법 매립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단속을 강화하면 반려인의 고통이 커지고, 묵인하면 법이 무력화된다. 이 딜레마를 끊으려면 처벌 강화보다 합법적 대안을 먼저 넓히는 순서가 맞다.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만 막는 것은 반쪽짜리 정책이다.

반려동물은 이제 가족이라고 부른다. 그 가족이 죽었을 때 땅에 몰래 묻거나 쓰레기봉투에 넣어야 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1500만 반려인에게 '가족'이라는 말은 법 앞에서 공허한 수식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