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의 읍내 한복판, 오전 열 시인데도 거리는 조용하다. 문을 닫은 상점이 절반을 넘고, 초등학교 한 곳은 전교생이 열다섯 명이다. 2040년이면 이 군의 인구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행정안전부의 예측이다. 의성은 이미 '소멸 위험 지역' 1순위로 수년째 거론된다. 그리고 바로 이 의성을 품고 있는 경상북도가, 지금 대구광역시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이 메가시티 바람에 휩싸였다. 대구·경북의 통합 논의가 가장 앞서 있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광역연합도 속도를 내고 있다. 충청권, 광주·전남 역시 초광역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정부는 행정통합 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 원, 4년 기준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2026년 1월 발표된 이 방침에 따르면 통합 특별시에 돌아가는 재정 패키지는 10조 6,000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될 방침이다. 숫자만 보면 화려하다. 문제는 그 돈이 실제로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덩치가 커진다고 격차가 줄지 않는다

메가시티의 논리는 단순하다.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이유가 '규모의 경제' 때문이라면, 지방도 덩치를 키워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인구를 합치면 약 490만 명. 서울 다음의 단일 생활·경제권이 만들어진다. 교통·물류·의료·교육 인프라를 하나의 광역 계획 아래 통합 설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짚는 핵심 변수는 따로 있다. 통합 이후 투자가 대구 도심부에 집중되면, 경북 내 농촌·소도시는 오히려 더 빠르게 공동화될 수 있다. 일본의 헤이세이 시대 대규모 시정촌 합병(1999~2010년)이 이를 방증한다. 합병 이후 작은 마을들의 행정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역 정체성이 약화되면서 오히려 인구 유출이 가속됐다는 평가가 일본 학계에서 오랫동안 제기됐다. 행정 구역을 묶는 것과 생활 격차를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돈보다 먼저 필요한 것: 권한

재정 지원의 규모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통합 광역단체가 그 돈을 어떻게 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행 지방재정 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재원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용도를 정해 내려보내기 때문에, 지역이 자기 필요에 맞게 예산을 재배치하기 어렵다. 재정이 커져도 기획권이 없으면 메가시티는 중앙 정책의 큰 집행 창구가 될 뿐이다.

지방분권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포괄보조금' 방식의 확대다. 용도를 묶지 않고 일괄 이전함으로써 지역이 자기 여건에 맞는 산업·복지·인프라 전략을 직접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메가시티가 단순 행정 통합이 아닌 실질적 분권의 계기가 되려면, 재정 규모의 확대만큼이나 규제 이양과 자율 기획권 보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지방 소멸의 시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2023년 기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기초자치단체는 전국 228곳 중 절반을 넘겼다. 통계청은 2050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약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메가시티 논의가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 당장 확신 있는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통합의 과정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경북 내 중소 도시·군 주민들이 충분히 참여하고 있는지, 통합 이후 권한이 어디에 집중될지에 대한 세밀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행정 지도 위에서의 합병은 하루아침에 가능하지만, 의성 읍내의 불 꺼진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여는 일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메가시티가 진짜 해법이 되려면,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지역 내부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