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한 중소도시. 2019년까지만 해도 대학가 주변 원룸촌은 빈방이 없었다. 하숙집 주인들은 매년 3월이면 짐을 이고 온 신입생들로 분주했다. 지금 그 골목은 다르다. 셔터가 내려진 분식집, 빛바랜 부동산 안내판, 텅 빈 편의점 자리. 대학 하나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자, 반경 2킬로미터 안 상권이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이것은 예고편이다. 교육부 자료를 토대로 한 추계에 따르면, 대학 입학 가능 학령인구(18~21세)는 2020년 약 241만 명에서 2040년에는 약 26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20년 사이에 잠재적 대학 진학 인구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전국 대학 정원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수도권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상당수 지방대는 구조적으로 존립이 불가능해진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도시도 멈춘다
지방 소도시에서 대학이 수행하는 역할은 단순히 교육기관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 수천 명의 소비, 교직원 수백 명의 고용, 연구개발 용역, 지역 문화행사 운영까지 대학은 사실상 지역 경제의 앵커(anchor) 기능을 한다. 한 지방 사립대의 폐교가 지역 내 소비 감소와 인구 유출, 지방세 수입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공공서비스 축소와 추가 인구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 이 도미노를 학계에서는 「지역 소멸 가속 메커니즘」이라 부른다.
문제는 속도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지방대 정리 문제를 겪었지만, 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다. 한국은 저출생의 충격파가 더 가파르고 집중적이다. 지방 시·군 단위에서는 이미 20·30대 인구가 빠져나간 자리를 60대 이상이 채우는 역피라미드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대학 폐교는 그 흐름에 결정타를 날린다.
붕괴를 막을 상생 모델, 가능한가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크게 세 갈래 방향이 논의된다.
첫째는 대학과 지자체의 역할 재편이다. 폐교 위기에 처한 대학의 캠퍼스를 지자체가 인수해 직업훈련원·평생교육 거점·창업 허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건물과 부지는 이미 있다. 문제는 운영 주체와 재원인데, 중앙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이 방향으로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지역 산업과 연계된 특화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을 재편하되, 지자체가 장학금과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형 모델도 실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둘째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구조화다. 단순히 빈 자리를 채우는 방편이 아니라, 지역 정착과 취업까지 연결하는 이민 정책과의 패키지 설계다. 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유학생이 졸업 후 해당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장기 체류 비자로 정착하는 경로를 제도화하면 인구 감소를 일정 부분 완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를 위해선 출입국 관리 체계와 지역 정착 지원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셋째는 대학 간 광역 연합이다. 같은 생활권 안의 소규모 대학 여럿이 학사 행정을 통합하고, 학생 교류와 학점 공유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일본 도호쿠 지역 일부 사립대가 시도한 「공동법인화」 모델이 참고 사례로 거론되지만, 한국에서는 각 대학 재단의 이해관계와 법적 장벽이 걸림돌이 된다.
어느 모델도 단독으로는 완전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대학 문제를 교육부가 홀로 끌어안고, 지역 소멸 문제를 행정안전부가 따로 다루는 칸막이 행정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26만 명이라는 숫자는 정책 실험이 허용되는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