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실 불은 꺼지지 않는다. 2024년 2학기, 전국 초등학교 1학년 교실 34만 8천여 명의 아이들이 늘봄학교라는 이름 아래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남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반겼다. 그런데 그 교실 안에서는 다른 긴장이 자라고 있었다.
교사들은 수업 외 행정까지 떠안는다는 불만을 터뜨렸고, 돌봄전담사들은 고용 불안과 처우 격차를 호소했다. 아이를 가운데 두고 두 집단이 팽팽하게 마주 섰다. 누가 '진짜 담당자'인가. 이 물음이 늘봄학교 전면 도입 이후 현장을 흔드는 핵심 균열이다.
교사는 왜 반발했나 — '교육'과 '돌봄'의 경계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모두 늘봄학교 확대에 비판적 입장을 냈다. 이유는 단순하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가르치도록 훈련받고 임용됐지,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행정인력으로 채용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늘봄학교 초기 운영 단계에서 프로그램 강사 섭외, 출결 관리, 학부모 민원 응대까지 담임교사에게 흘러드는 사례가 속출했다. 교육부가 '교사 업무 분리' 원칙을 천명했지만, 학교 현장에서 원칙은 종종 예외 앞에 무너진다.
돌봄전담사 쪽의 상황은 또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기간제·시간제 계약직으로, 늘봄학교 확대에 따라 업무량은 늘었지만 고용 형태는 그대로다. 정규직 전환 요구와 처우 개선 목소리가 커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교사와 돌봄전담사는 같은 학교 건물에서 일하지만, 소속 체계와 임금 구조, 노동 조건이 전혀 다른 평행 세계에 있다. 갈등은 그 간극에서 발화한다.
인력 구조의 문제 — 누가 설계하고, 누가 책임지나
늘봄학교의 핵심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설계'에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부는 2023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24년 전 학년으로 단계 확대하는 속도전을 택했다. 그런데 인력 충원 계획은 프로그램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늘봄학교 전담 코디네이터 배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나왔지만, 학교마다 배치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코디네이터의 권한과 역할도 표준화되지 않았다는 현장 보고가 잇따랐다.
국제 사례를 보면 방향이 보인다. 프랑스의 '페리스콜레르(périscolaire)' 제도는 교육 인력과 돌봄 인력을 법적으로 분리하되 지자체가 일괄 관리하는 구조다. 독일 역시 '간츠타크스슐레(Ganztagsschule·전일제학교)'에서 교사, 사회복지사, 방과후 전문인력의 역할을 법령으로 구획하고 별도 재정을 투입한다. 한국의 늘봄학교는 이 분리 원칙 없이 시작했다. 교육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도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상생의 조건 — 구조 개편이 먼저다
현장에서 나오는 해법은 세 갈래로 수렴된다. 첫째, 돌봄전담사의 고용 안정성 보장이다. 기간제 반복 계약이 아닌 무기계약직 또는 공무직 전환을 통해 이직률을 낮추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교사의 늘봄 행정 완전 분리다. 교육청이 별도 인력풀을 운영해 교사가 수업 이외 늘봄 관련 업무에서 실질적으로 손을 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늘봄 전담 코디네이터의 법적 지위 명확화다. 지금처럼 학교마다 역할이 다른 '유사 행정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채용 기준·권한·책임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예산도 빠질 수 없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예산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육청과 지자체 간 재원 분담 비율이 정리되지 않은 채 운영되는 곳이 여전히 많다. 돈줄이 불분명하면 책임도 흐려진다. 그리고 그 흐릿한 책임의 틈새에서 교사와 돌봄전담사가 충돌한다.
매일 오후, 학교 복도 끝에 불이 켜져 있다. 아이들은 거기 있다. 문제는 그 불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켜고 있느냐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갈등은 또 다른 이름으로 되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