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오피스 빌딩 거래금액이 737억 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 7552억 원과 비교하면 90.2% 급감한 수치다.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다는 신호다. 공실률도 같은 기간 2.92%에서 3.72%로 올라섰다. 숫자만 보면 완만해 보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오피스가 조용히 비어가고 있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공실률은 한때 30%를 넘어섰고, 뉴욕·런던·파리도 도심 업무지구 곳곳에서 장기 공실 건물이 늘고 있다. 촉매는 코로나19 이후 굳어진 재택·하이브리드 근무다. 주 5일 출근을 전제로 지어진 대형 오피스 빌딩의 수요 기반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 지금 '전환'인가

공실을 메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임대료를 낮추거나, 건물의 용도를 바꾸거나. 전자는 자산 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후자는 초기 비용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후자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지방 정부가 오피스의 주거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 패키지를 잇달아 내놓았다. 뉴욕시는 노후 오피스 빌딩을 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워싱턴 D.C.도 유사한 인센티브를 통해 도심 재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암스테르담과 파리가 오피스를 문화·복합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빈 건물을 공연장, 스타트업 허브, 공공 도서관으로 바꾼 프로젝트들이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국내 현실: 규제의 벽과 가능성 사이

국내에서도 논의는 시작됐다. 그러나 속도는 더디다.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바꾸려면 건축법상 용도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고, 주차 공간·채광·층고 등 주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도심 오피스 빌딩 특유의 깊은 평면 구조는 채광과 환기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건축 구조 자체가 주거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실험을 시작했다. 노후 오피스가 밀집한 도심 구도심 일대를 복합용도지구로 재편하거나, 공실 상태의 저층 오피스를 소규모 문화 공간·공유 주거 형태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비주거 건물의 주거 전환 규제 완화를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가 득이고 누가 실인가

이 흐름이 가속화된다면,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힌다. 공실로 수익이 떨어진 건물주와 부동산 펀드에는 자산 활용 출구가 열린다. 도심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직주 근접 수요를 가진 1~2인 가구에게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반면 기존 오피스 임차 수요가 이탈하면 주변 상권—커피숍, 편의점, 구내식당 의존 소상공인—은 타격을 입는다.

건설·리모델링 업계는 새 시장을 기대하지만, 전환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오피스의 주거 전환 비용은 신축 대비 60~80% 수준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분양·임대 수익성 계산이 쉽지 않다. 공공 보조 없이는 민간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오피스 전환 논의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도시가 어떤 공간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재택근무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일하는 방식의 구조적 변화라면, 그에 맞춰 도시의 공간 배분도 바뀌어야 한다. 서울 도심의 공실 오피스는 지금 그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