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되던 연도다. 올해 국회를 통과한 개혁안은 이 시계를 2071년까지 늦췄다. 16년을 벌었다. 그런데 그 16년의 비용을 누가 치르는가—이 질문이 지금 세대 간 갈등의 핵심에 놓여 있다.
이번 개혁의 골자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높이는 것이다.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그러나 '더 내는 기간'과 '더 받는 기간'이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이 설계는 중립적이지 않다.
왜 청년은 반대하고, 노년은 찬성하는가
여론조사 결과는 이 균열을 숫자로 보여준다. 20대의 반대 의견은 65%에 달했고 찬성은 25%에 그쳤다. 30대 역시 반대가 58%, 찬성이 29%였다. 반면 60대에서는 찬성이 48%로 올라섰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찬성 비율이 뚜렷이 오르는 이 구도는 우연이 아니다.
현재 40~50대는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수급까지 남은 기간이 짧고, 소득대체율 상향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빨리 누릴 수 있다. 20~30대는 다르다. 인상된 보험료를 30년 이상 납부하면서도,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성균관대 등 연금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개혁이 재정 안정화보다 급여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정 안정성: 16년을 벌었지만 구조는 그대로
핵심 문제는 수지 구조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조건에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지출이 늘어난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수입을 키워도, 수급자가 납부자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 구조 앞에서는 한계가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대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수)는 현재의 세 배를 웃돌 전망이다. 같은 조건에서 연금 재정이 지속되려면, 보험료율이 지금 확정된 13%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외 사례를 보면 격차가 선명하다. 독일은 보험료율이 18.6%, 스웨덴은 명목 기여율이 18.5%에 달한다. 일본도 18.3% 수준이다. OECD 평균이 18% 안팎인데, 한국은 개혁 후에도 13%다. 더 내더라도 여전히 구조적으로 덜 내는 셈이다.
세대 간 형평성,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세대 간 형평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면 자동안정화 장치(자동조정 메커니즘)의 법제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스웨덴이 도입한 방식처럼, 기금 잔액과 인구 지표에 따라 급여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구조를 만들면 정치적 협상 없이도 재정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개혁안에는 이 장치가 명확히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 연금 전문가 그룹 안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세대 계정(Generational Accounting) 방식으로 분석하면 현행 구조에서 현재의 20대는 납입액 대비 기대 수령액이 기성세대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연금이 세대 간 소득 이전 기능을 한다는 점은 제도의 본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의 방향과 크기가 한쪽으로만 쏠릴 때 제도의 정당성은 흔들린다.
기금 소진 시점을 2071년으로 미뤘다는 성과가 무색해지지 않으려면, 다음 수순은 자동조정 장치의 도입과 세대별 기여-수급 균형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다. 16년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그것을 설계하지 못하면, 청년층의 58%가 표출한 불신은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