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한강변 공원. 클럽을 멘 70대가 이미 줄을 섰다. 뒤로는 조깅하던 30대가 발길을 멈춘다. 파크골프 코스가 들어서면서 산책로가 반쪽이 됐다. 그가 중얼거린다. 「공원이 노인 전용 골프장이 됐어요.」 항의할 곳도 마땅치 않다. 구청은 수요가 있어 설치했다고 하고, 시설 이용자들은 합법적으로 예약했다고 맞선다. 누구 하나 틀린 말을 하지 않는 게 이 갈등의 핵심이다.
폭발하는 수요, 따라가지 못하는 공간
파크골프는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건너온 종목이다. 골프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몸에 무리가 덜 가며, 넓은 공간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60·70대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이 종목의 수요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자체마다 파크골프장 조성 요구가 잇따랐고, 지방선거 때는 어느새 공약 단골 메뉴가 됐다.
문제는 '어디에 짓느냐'다. 도심 내 가용 부지는 한정돼 있고, 그나마 여유 있는 공간이 하천 변이다. 실제로 전국 파크골프장 상당수가 강변이나 하천 부지에 집중돼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가 하천 4곳, 지방 하천 24곳에 불법 또는 무허가 파크골프장이 운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홍수 때 침수 피해를 키울 수 있고, 생태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요 압력에 밀린 정부는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4년 6월 체육시설법 시행령 개정으로 파크골프장 설치 기준이 일부 정비됐고, 2025년 1월부터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에도 파크골프장을 허용하는 규정이 시행됐다. 2026년에는 관련 확대 조치가 추가로 적용될 예정이다. 시설 부족을 해소하려는 취지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수십 년간 지켜온 그린벨트 원칙을 시니어 여가 시설 하나 때문에 허무느냐는 것이다.
세대 갈등의 구조: 공간은 하나, 요구는 여럿
갈등은 단순히 '노인 대 청년'의 구도가 아니다. 구조가 더 복잡하다. 학부모들은 파크골프장 조성으로 어린이 놀이터나 족구장이 줄었다고 말하고, 반려동물 동반 이용자들은 산책 공간이 쪼그라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장애인 이용자 단체는 파크골프장 펜스가 무장애 통로를 막는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같은 공원을 원하지만, 각자가 원하는 공원의 모습이 다르다.
파크골프 동호인 측의 입장도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땅을 뺏은 게 아니라 지자체가 만들어 준 것」이라는 항변은 사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십 년간 세금을 내고 지역 사회에 기여했다고 스스로 여긴다. 갑자기 「시설 이기주의」 집단으로 몰리는 데 억울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갈등을 세대 대결로 단순화할수록, 정작 해법에서 멀어진다.
그럼에도 불균형은 분명하다. 공공 체육시설 예산에서 파크골프 관련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20~40대가 주로 이용하는 풋살장·농구장 등의 신규 조성은 상대적으로 정체 상태다. 예산 배분이 유권자 구성비를 따라가는 셈이다. 투표율이 높은 고령층의 목소리가 지자체 정책에 반영되는 속도는 빠르고, 상대적으로 정치 참여가 낮은 젊은 세대의 요구는 대기 줄이 길다.
해법의 방향: 공간 분리냐, 시간 분리냐
일부 지자체는 '시간대별 이용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오전 시간은 파크골프, 오후는 일반 개방 방식이다. 효과가 없지는 않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 「뺏고 빼앗기는 구조」라는 인식이 남는 건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파이 자체를 키우지 않으면 제로섬 갈등은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완화보다 도심 내 유휴 부지 발굴, 복합 체육시설 설계 방식 전환이 더 지속 가능한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파크골프장과 산책로, 어린이 놀이 공간을 층위별로 나눠 설계한 복합 공원 모델이 일부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 표준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고령화는 멈추지 않는다. 2030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를 넘는다. 파크골프장을 둘러싼 오늘의 갈등은 앞으로 더 많은 공공 자원을 놓고 벌어질 세대 간 협상의 예고편이다. 공원 하나를 어떻게 나눌지 지금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훨씬 더 큰 것을 두고 다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