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규모 양계업체인 잉엄스 그룹(Ingham's Group)이 서호주의 모든 양계장을 완전 폐쇄하기로 선언했다. 고병원성 H5N1 조류독감이 호주 본토에서 처음 확인된 지 수일 만의 대응이다.
지난 주말 에스퍼앤스(Esperance) 인근 외딴 해변에서 발견된 갈색슴새(brown skua)가 H5N1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거대슴새(giant petrel)도 H5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두 조류 모두 이미 폐사한 상태로 확인됐다. 이는 2021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조류와 수천 마리의 해양포유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바이러스가 호주 본토에 상륙했음을 의미한다. 그 이전까지 호주는 H5N1이 유일하게 없는 대륙이었다.
잉엄스 그룹은 성명을 통해 방목 닭들을 실내에 보관해줄 것을 주 정부에 요청하고, 모든 비필수 접근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상용 양계장에서는 아직 H5N1이 검출되지 않았다. 페스 로단(Michelle Rodan) 서호주 수의책임관은 지난 주말 긴급 동물질병 핫라인으로 주 전역의 여러 지역에서 아픈 조류와 폐사 조류 신고 전화 42통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 전날에는 16통이 접수된 상태였다. 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에스퍼앤스 지역의 폐사 해양조류 신고를 포함해 총 9개 샘플이 채취돼 검사 중이다.
베스 쿡슨(Beth Cookson) 호주 국가 수의책임관은 현재까지 야생동물, 양계장, 농업 체계에서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된 조류가 다른 개체군에 병을 퍼뜨렸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당국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정부는 해외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잉엄스 그룹의 주가는 장 초반 최대 14% 하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줄여 5% 가까이 내려간 2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회사 주가는 지난 4개월간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올해 들어 23% 이상 떨어진 상태다. 지난 6월 울워스(Woolworths)와의 계약이 재구조화된 이후 7억7700만 달러 규모의 이 기업은 구조 전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농부연맹(National Farmers' Federation) 회장 해미시 맥킨타이어(Hamish McIntyre)는 이번 상황이 농민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이지만 호주가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준비 노력에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최근 예산에서만 1100만 달러를 배정했다고 강조했다. 녹색당, 버드라이프 호주(BirdLife Australia), 호주보전재단(Australian Conservation Foundation) 등은 정부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2억 달러 규모의 긴급 펀드 설립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