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집을 샀다. 금리가 오르기 전, 영혼까지 끌어모아. 그런데 지금 그 집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원리금 상환에 월급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밥값을 줄이고, 옷을 끊고, 명품 앱에서 손을 뗐다. 소비가 멈춘 자리에 남은 건 빚과 이자뿐이다.

숫자가 드러내는 실상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30대 차주의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된 이후 크게 늘었다. 이와 맞물려 가계 가처분소득은 줄었고, 소비 여력은 그보다 더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카드사 소비 트렌드 분석에서 그 결과가 선명히 드러난다. NH농협카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20대와 30대의 온라인 명품 소비액은 32% 급감했다. 특히 20대 고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는데, 이는 단순한 소비 절약이 아니라 구조적 구매력 자체의 소멸에 가깝다. 2024년 20대 평균 실질 가처분소득 추정치는 월 248만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에서 주거비와 대출 상환액을 빼면, 식비·교통비 이상을 쓸 여유가 사실상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명품 소비 급감은 허영심의 후퇴가 아니다. 그것은 2030 세대의 경제적 여력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다. 한때 「플렉스」 문화를 이끌었던 그 세대가 지금은 편의점 도시락을 고르며 원리금 상환일을 계산하고 있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

2020~2021년, 초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이 맞물리면서 수도권 아파트값은 단기간에 폭등했다.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공포가 청년층을 시장으로 밀어 넣었고, 금융기관들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본격 강화되기 직전까지 대출을 늘렸다. 그 결과 2030 세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022년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불과 1~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고정금리로 갈아탈 여력도, 집을 팔아 손절할 배짱도 없는 청년 차주들은 그대로 고금리의 덫에 갇혔다. 집값이 어느 정도 하락한 뒤에도 대출 원금은 그대로였다. 자산 가치는 내려가고, 빚은 남고, 이자는 계속 나갔다.

경제 전체가 떠안는 리스크

영끌족의 소비 절벽은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수 소비의 핵심 연령대인 2030이 지갑을 닫으면, 유통·외식·여가 산업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소매판매 지수는 수개 분기째 부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영업자 폐업률은 고금리 기조와 함께 꾸준히 상승했다.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구조적 괴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핵심이 「시간」이라고 지적한다. 금리가 언젠가 내린다 해도, 이미 가처분소득의 40~50%를 원리금 상환에 쏟아온 청년 차주들이 소비 체력을 회복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한번 굳어진 긴축 소비 습관은 금리 인하 뒤에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행동경제학적 분석도 있다.

32%라는 숫자는 명품 소비의 감소가 아니라, 한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뜻이다. 그 세대가 내수를 이끌어야 할 나이에 이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금리표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냉정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