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인구 140만 명, 전라남도 인구 180만 명. 합치면 320만 명 규모의 광역 행정체가 탄생한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깨겠다는 메가시티 구상의 남서부 축으로, 전남·광주 행정 통합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그런데 막상 통합 찬성론이 힘을 얻을수록, 협상 테이블의 열기는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청사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 행정 통합의 명분은 미래이지만, 싸움의 실체는 현재의 이해관계다.
청사 입지 갈등, 왜 이렇게 격렬한가
전남도청은 2005년 광주 구도심에서 무안군 남악신도시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은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현재 남악·오룡 지구에는 약 5만 명이 거주하는 행정타운이 형성돼 있다. 광주는 반대로 자신들의 도심 접근성과 인프라를 내세운다. 인구 밀집도, 교통망, 기업 집적도 모두 광주가 압도적이라는 논리다. 두 지자체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배경이 있다. 기존 청사에 투자한 매몰비용, 지역 공무원 사회의 생활권 문제, 지역 주민의 상징 심리까지 얽혀 있어 단순한 위치 선정 이슈가 아니다.
이 구도는 과거 독일 통일 이후 수도 이전 논쟁과 일부 닮아 있다. 독일은 1991년 본에서 베를린으로 수도를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연방 부처 일부는 여전히 본에 남아 분산 운영 중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비효율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다. 청사 위치 하나가 행정 운영 체계 전체를 규정할 수 있다는 경고다.
행정 효율성, 지도 위의 문제가 아니다
청사 위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통합 특별시가 출범하더라도 실질적인 행정 효율성을 담보하려면 인구 구조와 서비스 전달 체계의 격차부터 좁혀야 한다. 전남 농촌 지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일부 군 단위에서 27.5%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난다. 같은 통합 행정구역 안에서도 도시와 농촌 간 성별 격차가 이 정도라면, 단일한 행정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서비스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행정 통합이 곧 행정 균등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광역 통합 사례를 보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데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분석이 반복해서 제기된다. 청주·청원 통합(2014년)은 출범 초기 행정 조직 중복과 공무원 정원 문제로 수년간 내홍을 겪었다. 전남·광주는 규모 면에서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초지자체만 22개 시·군·구가 엮인다. 단순히 간판을 바꾸는 통합은 오히려 비용을 키울 수 있다.
통합의 실익, 누가 얼마나 가져가나
통합 논의의 핵심 유인은 재정이다. 특별시 지위를 획득하면 중앙정부 특별교부세 배분, 국가균형발전 사업 우선 선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남 농촌 지역 입장에서는 단독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국비를 광주의 도시 경쟁력과 묶어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광주로서도 반도체·미래차·AI 산업 클러스터를 전남 산업 인프라와 연결해 국가 첨단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명분을 얻는다.
하지만 실익이 고루 돌아가려면 청사 문제를 포함한 권한 배분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광주가 인구와 경제력을 앞세워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구조라면, 전남 농촌 군 지역은 발언권 없이 통합된 거대 행정체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 있다.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의 흡수가 진행될 위험을 전남 측이 경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사 위치 논쟁은 어쩌면 그 불안감의 가시적 표출이다. 어디에 청사를 두느냐는 상징 그 이상이다. 어느 쪽 인프라와 생활권을 중심으로 통합 행정이 작동할지를 선점하는 싸움이다. 청사 한 채의 좌표가 결정되기 전까지, 전남·광주 메가시티 구상은 설계도 위의 도시로 남을 것이다.
